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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무죄면 어쩔래" 뻔뻔한 몰카범, 화장실서 나온 건…결국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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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호균 서울 강서경찰서 까치산지구대 경장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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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균 서울 강서경찰서 까치산지구대 경장이 지난3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 까치산지구대 앞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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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놔." "꺅!"

지난달 2일 오전 8시쯤. 약 2초 가량의 짧은 112신고가 접수됐다. 여성이 누군가와 다투는 듯 비명을 지르고 전화가 끊겼다. 경찰은 해당 신고를 긴급성이 가장 높은 '코드제로'로 분류하고 서울 강서경찰서 까치산지구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경찰은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신고자가 서울 강서구 한 빌라와 오피스텔 밀집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까치산지구대 소속 이호균 경장(35)은 순찰차를 몰고 신고 접수 2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 경장을 포함해 팀원 6명은 팀장 지휘 아래 수색을 시작했다.

휴대폰 위치추적 기법은 도심지역에선 500m 이상 오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건물 수백채를 수색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출동 경찰관들은 수색 범위를 좁히기 위해 신고자에게 전화했다.

강서경찰서 112상황팀은 신고자와 마지막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중 30대 남성 A씨를 특정했다.

이 경장과 출동팀은 곧장 A씨 거주지로 향했다. 출입문을 두드리며 경찰이라고 말하자 신고자가 출입문을 열고 달려 나왔다. 신고자는 "A씨가 (불법 촬영)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도와달라"고 했다.

경찰은 신고자와 A씨를 즉시 분리하고 진술을 들었다. 신고자는 전날 한 주점에서 A씨와 만나 A씨 거주지로 이동했는데 A씨가 가구 틈에 휴대폰을 숨겨 촬영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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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신고자가 자신을 성폭행범으로 고소할 것을 우려해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여성이 경찰에 신고할 때까지 상황을 녹음했다며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들어보라고 했다.

출동팀은 불안 호소를 주장하는 A씨를 지구대로 이동시키는 한편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부인했지만 피해자의 진술은 구체적이었다. 체포하지 않을 경우 A씨가 휴대폰에서 유심칩을 빼 버리거나 다른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었다.

이 경장과 출동팀은 휴대폰을 찾기 위해 A씨 입회 하에 현장을 수색했다. 창문 밖으로 유심칩을 버렸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건물 외부까지 수색했다.

A씨는 출동팀이 수색하는 동안 진술을 여러 차례 바꿨다. 그는 '휴대폰이 1대 밖에 없다'고 했지만 출동팀은 원룸에서 휴대폰 6대를 추가로 발견했다. A씨는 '사업상 필요해서 개인적인 용도로 쓰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수색 중인 경찰관에게 "무죄로 밝혀지면 어떻게 책임질거냐"며 신고자가 무고죄를 범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장 수색이 진행 중임에도 '급하다'며 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이 경장은 작은 움직임도 모두 느껴지는 좁은 원룸에서 A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의심했다. A씨가 화장실에서 나온 뒤 화장실을 수색해 샤워 부스 근처에서 휴대폰을 발견했다. 출동팀이 발견한 휴대폰의 기종과 색상 등이 피해 여성의 진술과 일치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지난달 7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를 적용해 A씨를 구속송치했다.

이 경장은 5년차 경찰관이다. 물리치료를 전공한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31살에 늦깎이 경찰관이 됐다. 현장에서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고 다양한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지난 겨울에는 정화조에 빠진 할머니의 손을 잡아 건져서 구조했다"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경찰관이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시민이 필요할 때 언제나 팀원들과 함께 현장에 나가 도움을 주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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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균 경장이 지난해 승진을 축하해주는 동료들과 촬영한 사진. 이 경장은 가운데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사진=이호균 경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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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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