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이슈 시위와 파업

전공의 파업에 일반직 희망퇴직 … 애먼 사람만 일자리 잃을 판 [사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른바 '빅5 병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전공의 파업으로 경영난이 가중된 탓이다. 2월 20일 파업 시작 이후 지난달 말까지 손실만 511억원이라고 한다.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연말까지 손실 규모가 46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어쩔 수 없이 비용 절감을 위해 50세 이상이면서 근속 기간이 20년이 넘는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신청을 받아 명예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의사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전공의 이탈로 의사들 일손이 너무나 귀한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 파업 탓에 명예퇴직 대상이 된 일반 직원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파업으로 병원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건 의사들인데, 애먼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판이기 때문이다.

자칫 이 같은 명예퇴직이 주요 병원들로 확산될까 걱정된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빅5' 병원은 한결같이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매우 높다. 그 비중이 34~46%에 이른다. 그동안 수술 전후 처리를 맡던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당장 수술부터 반 토막이 났으니,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의 의료 수입이 4239억원이나 줄었다. 손실이 계속되면 결국은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병원이 비용을 줄이려면 인건비가 많이 드는 장기근속 직원을 명예퇴직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들은 대개 한 집안의 가장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면, 그 가정이 무너질 수도 있다.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따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한민국 최상위층에 속하게 될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아무 잘못 없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어야 한다면 불의한 일이다. 이미 환자들 고통까지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데 대해 의사들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한다면 합리적 근거를 갖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도 그렇게만 하면, 얼마든지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그걸 마다하고 파업을 계속하는 건 정의가 아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