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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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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조국, 이제는 ‘법정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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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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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4월 10일 총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으로 전체의석의 5분 3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했다. 조국혁신당 12석 등 이른바 범야권은 190석을 넘게 됐다. ‘거야’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참패하면서 겨우 개헌 저지선(100석)을 넘는 데 그쳤다. 유권자들은 윤석열 정권을 매섭게 심판할 의석수를 야권에 주면서 여권에도 탄핵과 개헌 저지선을 지켜주었다. 국민이 선택한 절묘한 의석 구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른바 ‘비조지민’(비례는 조국혁신당, 지역구는 민주당)으로 유권자들의 매서운 ‘정치심판’이 윤석열 정권에 내려졌다.

총선 승리 정당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개표 결과를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두 정당의 이재명·조국 대표에게는 ‘사법리스크’가 엄연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리더십 위기가 그대로 있음에도 유권자들은 ‘야당심판’보다 ‘정권심판’을 더 원했다. 두 대표에게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힘을 주는 ‘정치적 판결’을 사실상 내린 것이다. 하지만 사법적 판결은 정치적 판결과 다르다. 오로지 법리에 따라 해석하고 판단하게 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월 10일 밤 MBC 개표 방송에서 “지금부터 정치는 없고, 모든 결정은 법원으로 가게 됐다”면서 “이제부터는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표현했다. 총선이 끝나고 난 뒤 이 2명의 야당 지도자에게 ‘정치의 시간’은 가고, ‘법정의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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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다음날인 4월 11일 중앙선대위회의 겸 해단식에서 의사봉을 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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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8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 관심

이재명 대표는 2022년 3월 대선 낙선 이후 줄곧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왔다. 상대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원석 검찰총장 체제를 구성한 후 이 대표 관련 수사가 대규모로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 2년 동안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의 특수통 검사 50명 이상을 동원했다. 압수수색은 400건(민주당 주장)에 이르렀다. 기소 역시 붙였다가 떼는 ‘쪼개기 기소’로 검찰권 남용이란 비판을 받았다. 백현동·대장동 개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관여 의혹, 위증교사 의혹,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 허위 발언 의혹 등 제기된 사건이 10건에 달한다. 특경법상 배임, 특가법상 제3자 뇌물, 부패방지법 위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한 법 조항도 가짓수에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백현동 개발 의혹 등 몇 개 사건을 묶어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수사는 속도를 잃어버렸다. 오히려 별건 수사는 더 늘어났다. 일부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 대표는 총선 바로 전날인 지난 4월 9일 격전지 지원 유세는커녕 법정에 출두해야 했다. 공식선거운동 2주 동안 재판에 출석하는 날이 사흘이나 됐다.

사법부는 정치 밖의 영역에 위치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190석을 넘는 거야(巨野)가 사법부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하지만 이 사건을 놓고 사법부가 마냥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오랫동안 진행됐고, 1심-2심-대법원을 거쳐야 형이 확정될 것이기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은 분명하다. 10일 밤 MBC 총선 개표방송에 유 전 장관을 상대해 여권 패널로 참석한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이재명 대표의 경우 지금 겨우 1심이 진행되기 때문에 내년에야 사법리스크가 발생하게 된다”고 보았다. 다만 김 전 논설위원은 “이런 이유로 이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대표에 출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가 175석 제1야당 대표의 자리를 사법리스크의 방패로 쓸 것이라는 정치적 공세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의 8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은 크지만 실제로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예상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적절한 대처 가능

이번 총선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면죄부를 발급한 것은 아니지만,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이 대표가 직접 공천하고 지휘한 선거에서 이긴 것으로 사법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가능해졌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로열티가 강한 친명 위주의 최강 체제가 구축된 가운데 사법리스크는 21대 국회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 이 대표에게 사법리스크는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평론가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조국혁신당을 찍을 정도로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게다가 1·2심 판결이 나오면 3년 후 대선에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김 평론가의 설명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정치적 동료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전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은 총선 다음날인 1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사법리스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이번 총선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선캠프에 참여한 한 인사는 “단독으로 과반을 훌쩍 넘어버린 이재명 대표의 위상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여의도 대통령’이었던 이회창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 검찰이 제1야당 대표를 향해 체포동의안이 필요한 영장을 발부할 엄두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와 달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조 대표는 자녀 인턴 확인서 허위 발급 등 입시 비리, 딸의 장학금 부정 수수,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시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동일하게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대법원은 이 사건을 3부에 배당했다. 대법원에서 유죄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 조 대표는 구속된다. 최병천 소장은 “조 대표는 이미 2심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아직 1심 판결도 내려지지 않은 이 대표에 비해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로 조국혁신당이 정치적 구심점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김철현 평론가는 “조국의 사법리스크는 정치적 시한부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정치를 이제 막 시작한 조국혁신당의 기세로 본다면 ‘옥중 정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표의 구속으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으로 흡수 통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검찰개혁과 윤석열 정권 심판을 화두로 만든 조국혁신당의 파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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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4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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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로 다가와

대법원에서 조국 대표의 유죄가 확정되면 차기 대선도 영향을 받는다.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자”(공직선거법 제19조 제2항)는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형실효법’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금고는 형의 집행 종료 또는 집행 면제 후 5년이 필요하다. 조 대표는 유세 과정에서 차기 대선에 대해서는 손을 저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조 대표를 추켜올렸지만, 보수 측 강신업 변호사는 5년 동안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한 언론에서 제기했다. 윤 대통령의 사면복권만이 유일한 대선 출마의 방법인데 검찰총장 당시 조 대표를 옭아맨 윤 대통령이 이런 선택을 할 리 만무하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에서 이 대표와 겨루게 할 목적으로 윤 대통령이 사면복권을 시켜준다는 시나리오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하지만 가능성이 작다는 게 정치권 대부분의 생각이다.

조 대표는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서울고검이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에 재기 수사를 명령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총선 전에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1심 법원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제3당으로 일약 부상한 조국혁신당이 차기 대권주자를 잃어버리는 사태는 22대 국회에서 또 하나의 정치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최병천 소장은 “초거대 야당의 대표와 비례 12석 대표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의정이나 국회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와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윤 대통령의 남은 3년 임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 천신만고 끝에 금배지를 단 것도 대통령 잔여 임기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비례대표 2석을 포함해 모두 3석을 확보한 개혁신당의 이 대표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윤 대통령의 3년 임기를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조국 대표의 ‘3년 임기는 너무 길다’라는 급진적인 주장과 맞물리는 형국이다. 여소야대 거대 양당 체제 안에서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한발 앞서 나가는 주장으로 윤 대통령을 공격하며 서서히 양당 간 틈을 벌려가고 있다.

유권자들이 비록 국민의힘에게 개헌저지선은 줬지만, 윤 대통령의 잔여 3년 임기를 놓고 파장의 끝이 어디에 이를 것인지 알 수 없다. 윤 대통령 공격에 앞장서는 두 정당과 뒤따르는 거대 야당,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로 방어막이 얇은 여당이 22대 국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번 총선 결과를 본다면 민주당이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하지, 탄핵에 나서는 것은 무리한 행보”라고 선을 그었다. 2027년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이 대표가 늘 제의해온 영수회담을 수락할지, 여야 소통 정치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총선 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사의 표명을 했다. 개각이 이뤄지더라도 여야 협치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최 소장은 “어차피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두 센 정치인의 숙명적 대결은 22대 국회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이 어떻게 수사 나설지도 큰 관심사

총선 후 검찰이 이재명·조국 대표 관련 수사에 대해 어떻게 나설지도 큰 관심사가 됐다. 검찰은 야권 인사에게는 가혹하리만큼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지만 정작 살아 있는 권력인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는 미적거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는 몇 년째 진척이 되지 않는 바람에 야권에서 특검안을 냈지만, 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결국 무산됐다. 디올백 수수 관련 의혹에 대해서 검찰은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도 않았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당선인들은 총선 대승 다음날, 서울 서초동으로 달려가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이미 ‘한동훈 딸 논문 대필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여권에 대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수사,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도 마찬가지다. 최 소장은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은 ‘3년은 너무 길다’며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에 순응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김건희 여사, 한동훈 딸, 윤 대통령 장모 등 특검안이 통과되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악순환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검찰 역시 야권의 주장을 철저히 외면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법부든, 검찰이든 결국 22대 국회의 정치적 운명이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정의 판결에 달려 있게 됐다. 정치적 사안이 사법부로 몽땅 넘어간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22대 국회에서 최정점에 달한다. 정성호 의원은 “이제 법원은 정권이나 검찰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이 대표 사건을 공정하게 판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색 정국은 여권에서 결국 야당 리더들의 사법리스크를 물고 늘어지는 형국으로 진행되게 마련이다. 이상돈 전 의원(전 중앙대 법대 교수)은 “정상적인 사회라면 두 대표가 국회의원에 나서지 않고 대표를 안 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이런 비정상의 뿌리는 보수세력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출마에서부터 비정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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