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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재활용도 어려운 ‘선거 쓰레기’…폐펼침막 1장에 나무 1그루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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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한 도로에서 북구청 직원들이 철거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벽보를 운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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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갔지만, 쓰레기는 남았다. 우편함엔 여전히 뜯지 않은 공보물이, 길가엔 정당마다 겹겹이 내건 펼침막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선거철마다 잠깐 쓰이고 버려지는 홍보물 등을 재활용하도록 유도 중이라고 밝혔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선거운동에 관한 규제가 많다보니 펼침막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22대 총선에서 배포된 책자, 전단 등 종이 공보물은 총 3억2000만장에 달한다. 종이 공보물은 재활용이 어렵거나 재활용하더라도 ‘질 낮은 종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양면 코팅이 된 경우 재활용이 불가하고 코팅지가 아니라도 여러 종류의 잉크가 진하게 들어간 공보물은 에이포(A4) 용지처럼 깔끔한 종이로 재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는 후보자의 홍보물로 총 1만3820톤의 종이가 사용됐다. 종이 1톤을 만드는 데 30년생 나무 17그루가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선거 한 번에 23만5천여 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셈이다.



플라스틱 합성섬유(폴리에스터)로 이루어져 땅에 묻어도 썩지 않고 소각 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펼침막은 더 큰 문제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정당·후보자 홍보용으로, 투표를 앞두고는 투표 독려용으로, 선거 뒤에는 당선·낙선 인사용으로 펼침막이 내걸리지만 선거철만 지나면 애물단지가 된다. 지난 1월12일 시행된 개정 옥외광고물법 덕분에 이번 총선 땐 펼침막 설치 개수, 규격, 설치 장소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 생겼으나 선거사무소 건물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길이 100m에 달하는 ‘초대형 펼침막’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펼침막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된다. 지난해 환경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1557톤(약 260만장), 2022년 대선에서는 1110톤(185만장), 2020년 총선에서는 1739톤(290만장)의 폐펼침막이 발생했으나 재활용률은 20%대에 그쳤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현수막의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자료’를 보면 펼침막 1장을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평균 6.28kg으로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의 1년 치 이산화탄소 흡수량(6.6kg)과 맞먹는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는 지난 8일 예산 15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가방, 수거용 마대 제작 등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수요는 많지 않다. 폐펼침막으로 우산, 마대 등을 만드는 재활용 업체 낙동이앤씨의 김상도 대표는 “보통 단체·기관 등에서 주문을 할 때부터, 후보자의 얼굴·이름 등이 들어간 선거 펼침막은 제품에 넣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선거 펼침막은 거의 재활용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홍보 확대 등으로 선거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총선에서는 후보 사무실에 대형 펼침막이 걸리는 등 펼침막 남용이 더 심했다. 선거운동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아예 펼침막 자체를 걸지 않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허승은 팀장도 “종이 공보물이나 펼침막이 없다고 선거 정보를 못 받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자, 온라인 광고 등 정보통신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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