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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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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민에게 인색한 경찰서 주차장...면수는 기밀사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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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경찰서 대부분 10% 채 안되는 민원인 주차공간 운영...늘 만차, 주차전쟁에 시민들 짜증

"경찰서 주차장 면수가 왜 시민들에게 알려지면 안 될까요?"

요즘 취재 때문에 경찰서를 방문하면 주차할 곳이 예전보다 더 없다. 민원 때문에 경찰서를 방문했던 시민이라면 무조건 공감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보안을 이유로 모든 경찰서가 민원인 주차장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지역 경찰서 주차장 통계를 내보니 민원인 주차장은 경찰서 주차장 총 면적 대비 10%도 채 되지 않는 곳이 많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주차장 전체 709면 중 민원인 제공 면수는 25면이다. 시흥경찰서는 경찰직원 주차장 226면, 민원인 주차장 21면. 광명경찰서는 전체 주차장 138면 중 민원인 전용은 8면. 안양동안경찰서는 전체 144면 중 민원인 주차장은 15면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니 현장은 늘 만차고 주차전쟁이다. 경기지역 대다수의 경찰서가 이런 비율이다.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경찰서에 시민에게 할애된 주차면수가 너무 인색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불편한 건지 부천원미·화성동탄경찰서 등 일부 경찰서는 청사내 총 주차면수와 민원인 주차면수는 보안사항이라며 알려주지 않는다. 알고 싶으면 정보공개요청을 하라는 답변이다. 현황을 공론화해 개선점을 찾아야 하지 않냐는 기자의 취지를 아무리 설명해봐도 요지부동이다.

이 대목에서 다른 얘기를 해본다. 필자는 올해로 기자생활 20년차다. 그중 절반 가까이 소위 사건기자를 했다. 경찰서에 그만큼 많이 갔고 기억에 남는 취재도 많다. 물론 안 좋은 기억도 많다. 경찰도 사람이다 보니 안 좋은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14년 전쯤 경기지역 한 경찰서 직원이 근무시간에 도박하다가 문제가 됐다. 그 내용을 다뤘고 보도이후 그 직원에 대한 감사와 징계가 이뤄졌다. 이외에도 다양한 직원 비리를 다룬 기사를 서너건 더 썼다.

그런데 당시 경찰은 직원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다 그 기사를 쓴 기자를 뒷조사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동선, 평판 등을 묻고 다녔다. 그 당시 만났던 국정원·검찰 관계자, 동료 기자들이 나를 만나면 "경찰이 너 뒷조사하더라", "뭔 일 있냐?" 고 말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고 교육, 정치, 행정 쪽을 주로 담당하면서 경찰서 관련 기사와는 사실상 멀어졌다.

그러다 최근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인 때문에 경찰서 주차장 문제를 취재했고, 이 과정에서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경찰들의 정서를 다시 느꼈다. 시민에게 제공하는 주차장이 협소하다면 공론화해서 대안을 찾아야지 일단 감추기만 급급한 모습이 어쩐지 익숙하다.

내가 바라본 경찰조직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관리에 유난 떠는 이유는 '상급자 눈치보기', '수직적 위계질서'가 원인일 것이다. 괜히 사실을 얘기했다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감, 상급자에게 피해를 줄까 하는 두려움 등등. 담당자에게 주차면수를 물었더니 보고와 답변에 이르기까지 몇 명의 상급자 의견을 거쳐도 답은 없다. 이게 뭐라고.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는 속담처럼 올드한 분들이 그 조직에서 나가면 바뀔지 알았다. 실제 지금 취재를 맡고 있는 행정기관의 조직은 상당히 변화했다. 올바른 비판은 받아들이고 개선의 여지를 보인다. 그런데 유독 경찰조직은 왜 제자리걸음일까? 기존 선배들이 하는 그대로를 '답습'하는 답답한 조직의 면모가 개탄스럽다.

머니투데이

권현수 기자 (경기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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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권현수 기자 kh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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