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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성덕이 된 연상호 감독 “美·동남아에서도 ‘기생수’ 리메이크되길”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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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연상호 감독.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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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익히 알려졌다시피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좋아한 연상호 감독이 가장 애정했던 작품 중 하나가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기생수’다.

연 감독은 “기생생물이 만약 한국에 온다면?”이란 질문을 품고 오랜 시간 상상을 다듬었다. 그 상상이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펼쳐졌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기생생물이 한국으로 온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수많은 기생생물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인간의 뇌를 잡아먹은 가운데, 기생생물 하이디와 공생하게 된 수인(전소니 분)이 기생생물의 번식을 막아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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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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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업은 순수하게 팬픽으로 접근했다. ‘기생수’는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미국이나 동남아 등 각지에서 ‘기생수 리메이크’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직을 만들어 공생하는 인간 생존방식 보여주고 싶어

‘기생수: 더 그레이’의 장르는 보디 스내처다. “신체를 강탈한다”는 의미를 가진 소설에서 파생됐다. 좀비물이나 크리처물도 보디 스내처에 속한다. 내가 알던 사람이 전혀 몰랐던 존재로 변모했을 때 느끼는 근원적 공포를 자극한다. 이 장르를 통해 연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건 인간의 관계와 조직이다.

“원작에서도 ‘기생수’는 얼굴이 열리잖아요. 그 포인트가 ‘기생수’가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였어요. 원작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죠. 그래서 하이디도 얼굴에 붙어 있는 것으로 설정했어요. 다만 원작은 두 사람의 소통이 자유로운 데 반해, 수인과 하이디는 직접 소통이 안 돼요. 두 존재가 소통 불통을 극복하고 인정하는 관계가 된다는 게 큰 줄기죠.”

원작 주인공 신이치는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인데, ‘기생수: 더 그레이’의 주인공 수인은 가정폭력을 당하면서 자랐고, 부모 없이 홀로 살아가는 20대 마트 점원이다. 모든 조직과 단절된 존재로, 생기나 활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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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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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인간은 조직을 만들어서 공생의 형태로 살아가요. 여러 조직의 형태를 보여주자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강우(구교환 분)도 조직 폭력배였고, 체구가 작은 준경(이정현 분)은 경찰 조직의 팀장이죠. 수인은 모든 조직에서 탈락한 인물이에요. 그런 인물이 기생생물과 소통을 통해 성장하고, 조직에 스며든다는 의미를 전하려 했죠.”

일본 팬들도 ‘기생수: 더 그레이’에 대한 전폭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원작에 대한 존중이 충분히 담겨 있으며, CG를 활용한 액션도 매력적이다는 평가다. 주인공 전소니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비판의 여지가 없다. 다만 준경을 맡은 이정현의 연기가 지나치게 연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준경은 사랑하는 남편이 희생당했는데, 여전히 그 남편은 살아있어요. 남편을 이용해 남편의 복수를 하는 복잡한 인물이에요. 수인과 하이디가 소통하는 과정과 반대편엔 준경이 가짜 광기를 벗는 과정도 중요한 포인트예요. 저는 정현씨가 가짜 광기를 잘 표현해줬다고 생각해요.”

◇시즌2 배경은 한국, 신이치 등장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과 K-좀비물의 원조인 ‘부산행’(2016), 종교와 크리처를 엮은 넷플릭스 ‘지옥’(2021)까지, 연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그야말로 화려하다.

히트작도 많다.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드물다. 연 감독을 향한 비판 중 하나는 대사로 작품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도 영상 언어가 아닌 대사로 주제의식을 펼친다.

“작품 만들 때 관객이 이런 주제를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어요. 굳이 그걸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분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라서 모르는 문화권의 시청자도 고려해서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했어요.”

연 감독은 쉼 없이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웹툰, 방송사 드라마, OTT 오리지널 시리즈, OTT 영화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연니버스’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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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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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가 만든 작품을 쭉 봤어요. 저는 대중성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마이너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 어쩌다 보니 대중 상업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작업이 늘 투쟁의 형태예요. 이제 글 쓰는 작업이 매우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 생각하려고요.”

‘기생수: 더 그레이’의 엔딩은 노골적으로 시즌2를 암시했다. 다만 억지스럽지 않다. 시즌2가 꼭 나왔으면 하는 설정으로 막을 내렸다.

“아직 결정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구상은 하고 있어요. 배경은 한국이 될 거고요. 신이치(스다 마사키 분)가 나올 겁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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