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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택배·학원강사 등 알바 뛰는 사직 전공의들..."생활고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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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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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전공의 커뮤니티를 보면 택배 배송, 학원 강사 알바 등 사직 전공의들이 최근 무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올라온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는 이들도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다. 의사회에서 지원을 하고 싶어도 정부가 태클을 걸어서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현재 사직 전공의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소속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현장을 떠난 지 두 달 가까이 지난 가운데, 전공의들도 수입이 끊기면서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에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으면 전공의 신분이 유지된다. 전공의는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 외 다른 의료기관이나 보건 관계 기관에서 근무하거나 겸직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사직이 수리되지 않은 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으로부터 임금을 받을 수도, 다른 병원에 취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의료 현장에서 근무지를 이탈하고 진료를 기피한 전공의들에게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지 문의가 있었다. 고용관계 규정 해석에 따라 전공의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에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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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직 전공의들을 돕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제로 지원도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가 전공의 사직을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직 전공의를 도울 경우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하는 불법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쉬쉬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각 의국이나 대학별로 전공의들을 돕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하다보니 외부적으로 공개가 안 된 것"이라며 "외부에 알려져 정부가 인식하면 집단행동 교사·방조를 적용할 수 있어서 공식적으로 나설 수 없고 음지에서 선배들이 각자 후배들을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배 의사들의 개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직 전공의들의 경제적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조직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

정근영 전공의는 "원래는 시도의사회에서 사직 전공의들을 지원하려 했지만, 공식적으로 지원을 못하도록 정부가 제재를 가하고 있어 거의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당수 사직 전공의가 의료와 관련없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 전공의 근무 당시 벌어놓은 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전공의들도 있는데, 당장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다"며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만큼 사직 전공의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의 임기가 5월부터 시작되면 직접 만나서 좀 더 현실적 지원방안이 없을지 상의하고 싶다"고 전했다.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은 본격적으로 회장직을 수행하게 되는 오는 5월 1일부터 사직 전공의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임현택 당선인은 "회원이 회원을 돕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 5월 1일 의협에 가는대로 본격적으로 사직 전공의 지원을 시작할 것"이라며 "사직 전공의를 지원하는 것을 막는 복지부가 제정신이 아니다. 회무를 시작하면 시도의사회나 개인 회원의 개별적 지원이 아닌 의협 차원에서 사직 전공의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사직 전공의를 공식적으로 돕는 것을 집단행동 방조·교사로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해소 허지현 변호사는 "정부는 사직 전공의를 돕는 것을 집단 파업에 대한 후원으로 규정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번 전공의들의 사직은 조직적으로 단체화 돼 있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허지현 변호사는 "사직 전공의들을 보면 사직 후 각자 생계를 꾸려가고 있을 뿐, 딱히 단체행동을 하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사직 전공의를 돕는 취지를 보면 지원해줄테니 병원에 복귀하지 말고 버티라는 게 아니라 당장 딱한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후원해주는 것이다. 이를 집단행동에 대한 교사로 해석을 하는 것은 법적 논리의 무리한 확장이고 해석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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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1,360명이 4월 15일 오전 11시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을 직원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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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을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들을 제재하기 위한 편의적 수단이라는 의견도 제기했다.

허 변호사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을 개별적 행동이 아닌 집단 파업으로 규정하면, 과거에 근로자들이 집단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여러 논리 등을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집단행동에 대해 형사 처벌 등 제재 조치가 이뤄졌다면 (전공의 사직에 대해서도)그 논리를 채용하기 좋으니까 그렇게 규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복귀하고 진료함으로써 지금의 상황이 종료되는 것인데, 이들이 자발적으로 복귀하지 않을 경우 압박이나 강제력을 동원을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전공의들이 각자의 이유로 개별적 사직을 했다면 강제로 돌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사직이라는 행동을 개별적이 아닌 파업이라는 법적 메세지가 담긴 행위로 규정해야, 정부로서 다음 단계의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사직을 집단행동으로 규정한 이유는 이들에 대해 후속 조치를 하기 위한 사전적 정의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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