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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조지아 ‘언론 입틀막’ 법안 주먹으로 막은 야당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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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5일(현지시각) 조지아 의회에서 여당인 ‘조지아의 꿈’ 대표 마무카 음디나라제 의원이 발언대에 서자 ‘외국 대행 기관법’에 반대하는 야당 아엘코 엘리사슈빌리 의원이 음디나라제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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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여당이 외국의 재정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NGO)와 언론, 노동조합을 “외국 대행 기관”으로 등록해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파문이 일고 있다. 러시아의 법률과 비슷한 내용의 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을 향해 주먹질을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15일(현지시각) 조지아 의회가 “외국 대행 기관법” 통과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5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의회 앞에 모여 이 법을 철회하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여당인 ‘조지아의 꿈’ 대표 마무카 음디나라제 의원이 발언대에 서자, 법안을 반대하는 야당 아엘코 엘리사슈빌리 의원이 음디나라제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엘리사슈빌리 의원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다른 의원들이 엘리사슈빌리 의원에게 주먹질을 했고, 의사당은 아수라장이 됐다.



외국 대행 기관 법안은 운영비의 일정 비율 이상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와 언론, 노동조합 등을 외국 대행 기관으로 등록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는 곳들을 겨냥한 법안이다.



법안을 반대하는 쪽은 이 법이 시민 사회와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한다. 유럽연합과 미국도 이 법안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조지아의 이런 내부 갈등은 친러시아와 친서방 세력 사이 대립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 대행 기관법에 비판적인 조지아인들은 이 법안이 “러시아 법”이라며 조지아가 추진 중인 유럽연합 가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지난 2012년부터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언론 등을 ‘외국 대행 기관’으로 지정하고, 간행물 등에 이를 명시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외국 대행 기관’이라는 표현은 외국을 위한 간첩 활동을 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는 이 법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으며,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나 언론의 활동을 이 법을 통해 억눌러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21년 러시아 법원이 이 법 위반을 이유로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 ‘메모리알’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린 일이다.



옛 소련 구성 공화국 중 하나였던 조지아는 외국 대행 기관 법안이 러시아에서처럼 언론과 시민단체 억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조지아는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안 통과가 유럽연합 가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친러시아 성향 여당인 조지아의 꿈은 “외국 세력에 의한 ‘유사 자유주의’와 싸우기 위해 이 법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이틀간 일어난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 뒤 조지아 정부는 이 법 제정을 보류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다시 추진을 하려는 모양새다. 이라클리 코바키드제 총리는 15일 “유럽연합과 영국, 미국 대사와 면담을 갖고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 법안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방어 논리를 폈다.



한겨레

15일(현지시각) 조지아 정부·여당의 ‘외국 대행 기관법’ 제정에 금지해 시위에 나선 조지아 시민들. 에이피(AP) 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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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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