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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푸바오를 서울대공원으로”에 서울시 “中서 행복하길”…사실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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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상상대로 서울’에 푸바오 유료 임대 요구하는 글 등장

해당 글에 대한 공감수가 50을 넘기며 서울시가 답변

서울시 “푸바오가 中서 잘 적응해 행복하게 살길 기원”

세계일보

지난 3일 중국으로 돌아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삼성물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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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서울대공원으로 데려와 달라는 민원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1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시 동물기획과는 지난 15일 시민 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판다 푸바오를 서울시대공원에서 관람할 수 있게 배려 부탁합니다”라는 제목의 시민 제안에 “서울대공원도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감에 따라 많은 시민이 마음 아파하는 데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푸바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봤을 때, 푸바오가 앞으로 지내게 될 중국 내 환경에 잘 적응해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서울시가 답변한 제안은 지난 8일 한 시민이 ‘상상대로 서울’에 올린 것으로, 시민 A씨는 “중국에 반환된 판다 푸바오를 서울시민 성금과 서울시 예산으로 유료 임대해 서울대공원에서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중국 관람객이 한중 우호의 상징인 푸바오를 만날 수 있게 배려 부탁한다”고 썼다. 해당 글은 이날 기준 공감 1119개와 비공감 361개를 받았는데, 한 달 동안 50개 이상의 공감을 받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담당 부서가 답변을 하게 돼 있다. 이에 서울시는 해당 글에 답을 했다.

지난 13일에는 위의 글에 반대하는 반응이 등장했다. 이날 ‘상상대로 서울’에는 “푸바오를 혈세로 데려오라는 사람들을 중국으로 추방해 주세요”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시민 B씨는 “푸바오를 세금으로 데려오길 원하는 사람들을 중국으로 보내 달라. 쓸데없이 혈세 낭비하지 말고 그들을 중국으로 추방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해당 글에는 “공감한다. 나라 경제가 힘든데 세금을 이런 곳에 써달라고 하다니. 감상에 젖어 현실을 생각 못 하는 분들 같다”, “원래 모든 판다는 중국 소유다. 판다가 짝짓기할 시기가 돼 중국으로 돌아간 것인데 세금을 써서 우리나라로 돌려보내 달라는 건 정신 나간 소리 같다”, “일 년에 수십억 중국에 줘야 하는데, 왜 세금으로 그걸 주는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가서 돈 주고 보고 오든가. 중국으로 이민 가라” 등의 의견이 달렸다. 이 글은 이날 오후까지 공감 38개와 비공감 21개를 기록했다.

시민 C씨는 “푸바오 국민 혈세 임대 결사 반대”라는 글에서 “푸바오에게는 짝짓기와 넓은 환경 등을 누릴 동물권이 있으므로 한국으로 다시 데려와 전시하는 것은 동물 학대다. 매년 중국에 지불해야 할 억 단위의 임대료와 판다 관리비는 누가 다 감당하는가. 국민 혈세로 감당하라는 청원은 비합리적이다. 단순히 내 눈앞에서 봐야겠다는 욕심과 자아도취적 망상은 그저 망상으로 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푸바오를 한국으로 다시 데려와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울시의 답변과 찬반 의견 등장의 핵심인데, 푸바오가 한국에 다시 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판다 외교’를 펼치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 푸바오를 다시 데려왔을 때 들어가는 예산이 가장 큰 이유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단 중국 정부가 임대를 허용해줘야 하는데, 허용하더라도 예산이 상당할 것”이라며 “서울대공원은 에버랜드처럼 사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20일에 태어났으며, ‘푸공주’·‘용인 푸씨’ 등으로 불리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첫 자이언트 판다로 출생 1354일 만인 지난 3일에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는 중국 밖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를 생후 48개월 전에 중국으로 옮겨야 하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협약’에 따른 것이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후 공개된 중국국가공원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푸바오는 계속해서 구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일부 국내 네티즌은 “푸바오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는데,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푸바오 할아버지’로 알려진 강철원 사육사는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에서 “걱정할 행동은 아니다. 푸바오가 사육사와의 교감을 원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구르는 것 같다”며 “구르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많이 접했다. 기분이 좋을 때, 기분이 안 좋을 때, 요구 사항이 있을 때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구르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외교 관계를 수립한 국가와의 관계 발전을 위해 판다를 보내는 ‘판다 외교’를 펼치고 있다. ‘판다 외교’는 7세기 당나라 시기에 처음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현대의 ‘판다 외교’는 1941년 장제스 당시 중화민국 국민정부 주석의 부인 쑹메이링 여사가 중일전쟁 지원에 대한 감사 표시로 미국에 판다 한 쌍을 선물하면서 시작됐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한동안 판다의 국외 반출을 금지했다. 그러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며 미중 간의 수교가 이뤄졌고, 이에 당시 마오쩌둥 주석이 양국의 새로운 우호 관계 상징으로 판다 두 마리를 미국에 선물하면서 ‘판다 외교’가 재개됐다. 중국은 1983년까지 우방 9개국에 판다 24마리를 선물했는데, 이후 각국의 판다 요청이 늘자 판다의 멸종을 걱정해 1984년에 판다를 선물하는 대신 연구하는 데 쓰겠다며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받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상대국은 약 10년으로 설정된 판다 임대 기간에 중국에 약 1000만달러(한화 약 138억5100만원)를 지불하고 연간 평균 50만달러의 임대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다 임대 기간에는 양국이 공동으로 판다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중국 외의 나라에서 태어난 판다는 48개월 이전에 중국으로 가게 돼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한국에 온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푸바오는 번식기에 맞춰 중국으로 돌아갔는데, 에버랜드는 러바오와 아이바오를 데려오며 1년에 100만달러를, 푸바오 탄생에 일회성으로 5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푸바오는 쓰촨성 워룽선수핑기지에서 한 달가량의 격리·검역 절차를 거치며, 격리가 끝나면 워룽선수핑기지·워룽허타오핑기지·두장옌기지·야안기지 네 곳 중 한 곳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백진호 온라인 뉴스 기자 kpio9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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