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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교민들 “4시간 운전해서 왔다”... ‘건국전쟁’ 美의회서 한국 다큐론 첫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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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정치 선전물’이라고 폄훼하는 한국의 세력들이 있습니다. 정말이라면 미 의회에서 상영이 가능할까요. 저로선 뜻깊은 일입니다.”

16일 오후 6시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만난 ‘건국전쟁’의 김덕영(59) 감독은 “한국 다큐멘터리가 연방의회에서 상영되는 건 처음이라고 들었다”며 “이승만 대통령의 진면목을 미국에 알릴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해 기쁘다”고 했다.

조선일보

16일 미 연방의사당 지하 방문자센터에 있는 ‘사우스 오리엔테이션 시어터(강당)’에서 열린 '건국 전쟁' 시사회를 본 한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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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의사당 지하 방문자센터에 있는 ‘사우스 오리엔테이션 시어터(강당)’에서 오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린 이날 행사는 비영리단체 한미연합회(AKUS)가 추진했다. 한미 동맹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 단체는 지난해 4월 이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을 만나 후원을 약속했었다. AKUS의 김영길 회장은 “미 여론을 주도하는 의회에서 이 영화를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한국계 미 연방 하원 의원인 미셸 박 스틸(공화당·한국명 박은주) 의원이 장소를 마련했다. 스틸 의원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한국의 건국 과정 등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라고 생각해 의회 상영을 추진했다”며 “장소를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직접 찾아가 부탁하기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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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 연방의사당 지하 방문자센터에 있는 ‘사우스 오리엔테이션 시어터(강당)’에서 열린 '건국 전쟁' 시사회를 주최한 공화당 소속 미셸 스틸 하원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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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당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 80명으로 찼다. 10대 청소년부터 허리가 굽어진 80대 여성까지 다양했다. 워싱턴DC에서 3시간 넘게 떨어진 버지니아 타이드워터의 한인회장인 리아 리(59)씨는 “3시간 30분간 운전해서 왔고 또 다시 가야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왔다”며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한국 출신이라는 걸 어디서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4시간 운전해서 왔다는 송세진(65)씨는 “안 그래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온갖 왜곡이 많아 깊이 공부했었는데, 이를 진짜로 확인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엔 북한 김정은의 ‘금고지기’ 출신인 탈북 인사도 참석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 출신 탈북민 이정호씨는 “이승만이 없었으면 지금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한·미 동맹을 유지하고 있었을 지 의문”이라며 “한국의 출발점을 알기 위해선 이 대통령의 진면목을 아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이날 관객들은 이 전 대통령에게 ‘친일파’ 딱지가 붙어있다는 한 출연자 발언이 나오는 부분에선 한숨을 쉬었고, 그가 하와이에서 버려진 여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교육시켰다고 하는 부분에선 훌쩍거리기도 했다.

이날 개인 초대를 받아 연방의회를 찾은 참석자 80명은 영화가 끝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김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그레그 브래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와의 질의응답을 지켜봤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이승만은 미국을 정말 잘 이해했고 미국 외교 정책을 잘 이해했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매우 성공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로 지금의 한미 동맹이 생겨났다”고 했다. 김 감독은 “한국 정치인들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사진만 찍고 금방 가기도 했다”며 “그런데 박 의원을 포함해 여러분들은 끝까지 영화를 시청해주셨다. 놀랐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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