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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매파 된 파월…멀어진 금리인하, 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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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식지 않는 미국 경제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물가를 잡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으로 급선회하면서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포럼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다다르고 있다는 데)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수준을 필요한 만큼 길게 유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5.25~5.5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한·일 ‘강달러와의 전쟁’ 손잡았다 “변동성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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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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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방 상원 청문회 당시만 해도 “더 큰 확신을 갖기까지 머지않았다”고 발언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날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장 중 한때 5.01%까지 상승했다. (채권 가격은 하락) 5%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 배경에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나홀로 뜨거운 미국 경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줄줄이 전망치를 웃돌면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잡힐 듯 보였던 물가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날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7%로 0.6%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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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세계 금융시장은 동요하고 있다. 당장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선까지 올랐다.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154.79엔까지 뛰는 등 1990년 이후 최저치를 하루 만에 고쳐 썼다. 유로·캐나다달러 가치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영국 FTSE100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8%,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1.3% 하락하는 등 아시아·유럽 주요 증시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국제 금 선물가격도 전일 대비 1.04% 상승한 온스당 2407.8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24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서도 고금리 장기화 기류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주식·채권·원화값 ‘트리플 약세’로 이어질 불씨가 될 수 있다. 17일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 공세에 전날보다 25.45포인트 내린 2584.18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7.7원 오른(환율은 하락) 1386.8원에 마감하며 급락세가 진정됐다. 한·일 재무장관이 공동으로 “최근 외환 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구두(口頭) 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공동으로 강(强)달러와의 ‘환율 전쟁’을 치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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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오른쪽)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의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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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WB)에서 만나 “최근 양국 통화의 가치 하락(절하)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 급격한 외환 시장 변동에 대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일 외환 당국이 공동으로 구두 개입 메시지를 낸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한·일 재무 수장이 동시에 메시지를 낸 건 처한 상황이 비슷해서다. 한국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일본은 엔-달러 환율이 ‘154엔대’로 각각 위험수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불안을 키운다.

17일 워싱턴DC에서 처음 열리는 한·미·일 3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맺을지 주목된다. 통화스와프는 두 나라가 정한 환율로 자국 통화를 일정 시점에 교환하는 계약이다. 시장 불안을 사전에 막아 ‘외환 안전판’으로 불린다.

세종=김기환 기자, 이아미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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