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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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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38만명 채용” 약속 어디로…한파 길어지는 고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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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2024 굿잡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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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취업 시장에 한파가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주요 대기업들조차 인력 수급 계획을 짜기 쉽지 않아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대부분이 2년 전 발표했던 신규 채용 계획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이들 기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5년간 38만여 명’을 뽑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그룹 8만 명, SK그룹 5만 명, 현대차그룹 3만 명(3년), LG그룹 5만 명, 포스코그룹 2만5000명, 롯데그룹 5만 명, 한화그룹 2만 명, GS그룹 2만2000명, HD현대그룹 1만명, 신세계그룹 연 1만 명 이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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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그러나 발표 당시와 달라진 경영 환경에 ‘채용 확대’ 기조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다. 우선 주요 기업의 실적이 나빠졌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기업 615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5% 줄었고 순이익은 40% 감소했다. 박용민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조사팀장은 “기업들이 실적 부진으로 신규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와 기업 실적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채용 시장 활성화가 불투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유통업은 최근 몇 년 새 소비 침체와 차이나 커머스 플랫폼의 공습으로 고용 여력이 줄어든 상태다. 이마트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고, 석유화학·철강 업계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국내 공장 건설이 지연되며 채용 계획에 차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까지는 지난해 영업이익 27조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낸 현대차그룹 정도가 채용 확대 계획을 세운 상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22년에 2만 명, 지난해 2만3000명을 채용해 당초 밝힌 계획(3년간 3만명)을 초과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올해부터 3년간 8만 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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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2024 원스톱기업지원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참여 기업 구인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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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쟁과 고금리·고물가 등 경영 불확실성도 기업들이 채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주요 원인이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연초에 채용 계획을 확정한 비율은 2022년 73%에서 지난해 72%, 올해 67%로 하락세다. 박광원 인크루트 취업포털본부장은 “필요한 인력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대기업 채용 문이 더 좁아졌고, 경력직 수시 채용이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2년 전 약속한 채용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달라진 경영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며 “유망했던 배터리 시장이 주춤하는 등 앞으로 6개월, 1년 뒤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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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기업들은 전체 채용 규모를 늘리기보다 미래 성장동력 위주로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등 기업 내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의 연구개발(R&D) 인력은 오히려 사람이 없어 못 뽑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가 낸 연구 보고서 ‘한미중 인공지능 인재 확보 전략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전문 인재 수는 2551명으로 전 세계의 0.5%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늘리려면 규제 완화와 신산업 분야 인재 육성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35%)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고용 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31.6%),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기업 지원’(9.8%) 등의 순이었다. 익명을 원한 대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은 보조금을 주는 미국에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하지 않느냐”며 “정부가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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