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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in-터뷰] 한국 요양병원장이 중국 의료기기전시회를 찾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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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석 기자]
라포르시안

이준구(부천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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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요양병원에서 필요한 침대부터 트롤리(카트)·경관식(tube feeding)·욕창 및 영양 관리 제품의 우수한 품질은 물론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성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놀라울 따름이다."

이준구 부천요양병원장이 지난 14일 폐막한 '제89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24)에서 만난 기자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CMEF에서 한국의 상급종합·종합병원 봉직의나 개원의는 종종 마주쳤지만 요양병원장을 만나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환자 진료와 병원 경영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양병원장이 중국에서 열리는 의료기기전시회를 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준구 원장은 "요양병원은 저수가·간호 인력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가 등 지원을 확대하거나 환자·보호자의 부담이 커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또 다른 문제는 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사 등 간호·간병 인력도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인력 구조로는 요양병원의 지속 가능한 운영에 한계가 있다"며 "CMEF에는 간호·간병 인력의 업무량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솔루션과 각종 환자 관리 물품을 살펴보고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앞서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를 비롯한 각종 세미나 발표를 통해 누구보다 요양병원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부천요양병원은 입원환자의 각종 생체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24시간 환자모니터링시스템 '바이탈 라이브'와 응급상황 발생을 알리는 원내 경보시스템 '코드블루'를 자체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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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CMEF에서 제품의 내구성과 디자인 및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 환자 움직임을 감지하고 욕창 방지 등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 침대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준구 원장은 "중국 내 병원용 침대를 만드는 업체가 많다 보니 품질 및 가격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내구성과 디자인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합리적이어서 당장이라도 사고 싶은 제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침대뿐만 아니라 간호·간병 인력의 업무량을 줄일 수 있는 제품도 눈여겨봤다. 입으로 음식을 섭취할 수 없을 때 일명 '콧줄'(L-tube)로 영양을 공급하는 경관식을 환자별 정량화된 주입이 가능한 자동화 기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원장은 "한국·일본과 달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중국에서 병원용 침대와 경관식에 욕창 방지나 자동화 기술을 개발한 것은 인상 깊은 대목"이라며 "중국의 인구 고령화에 따른 폭발적인 시장 수요가 요양·재활용품의 기술 혁신을 빠르게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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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 업체들이 무선 인터넷·블루투스 기반의 환자 관리 솔루션·모바일 앱 기술을 구현한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인구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노인 환자의 의료비·돌봄 등 사회 경제적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정 내 생체신호 측정과 모니터링을 통해 최대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준구 원장은 "CMEF에서는 휴대용 맥박 산소 농도계나 시계형 수면무호흡증 스크리닝 모니터 등 혁신적인 초소형 디바이스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며 "더욱이 중국은 이미 원격진단·원격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 구축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정 내 노인 환자 또는 요양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면 일본·한국이 앞서 경험한 의료비 급증과 사회적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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