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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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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서방 지원 받아 공습 99% 막자... 우크라 “우리한테도 그렇게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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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사원조 끊기고, 우크라는 요격 미사일 동나... 러 미사일에 속수무책

젤렌스키 대통령 “우리 하늘도 똑같이 안전해야”

”주변국들에 ‘여유’ 패트리엇 시스템 100개...7개라도 신속 이양” 요청

지난 14일 이스라엘이 미국과 영국ㆍ프랑스, 중동 파트너 국가들과 연합해 320기 이상의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막아내는 것을 보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방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전세계가 이스라엘이 혼자 방어하지 않는 것을 봤다. 공중의 위협이 연합국들에 의해 제거되고 있었다.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말고 대담한 행동을 취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인구 30만 명의 체르니히우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도, 젤렌스키는 다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방공(防空) 시스템을 제공해 달라고 호소했다. 러시아의 이날 공격으로 학교ㆍ병원ㆍ아파트 등이 파괴돼, 17명이 죽고 60여 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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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시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 도시의 병원ㆍ학교ㆍ아파트 등이 파괴되면서 17명 이상이 숨지고, 61명 이상이 다쳤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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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리 하늘, 우리 국민 생명은 다른가”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이 강력했고, 러시아의 테러를 저지하겠다는 전세계의 의지가 충분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피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하늘도 똑같이 안전해야 마땅하다.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다”며 서방이 이스라엘에 보인 것과 같은 ‘연대’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드미트로 쿠렐바 우크라이나 외교 장관은 이날 “불과 3일 전 우리는 중동에서 미사일로부터 인명을 구해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봤다”며 “우크라이나도 충분한 방공 능력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작년 6월만 해도, 수도 키이우에 배치된 미국의 지대공 시스템인 패트리엇 포대는 러시아가 회피 기동이 가능한 이스칸데르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등 34기로 이 포대를 공격했을 때 모두 격추시켰다.

그러나 그건 그때 얘기다. 미 연방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600억 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군사ㆍ재정지원법안 통과를 막으면서,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올 들어 현격히 줄었다.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패트리엇 포대는 현재 3~5개로 추정된다. 이는 나라 전체를 커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나마 요격 미사일도 동이 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올 초에 “요격 미사일이 부족해, 어느 것을 방어하고 어느 것은 파괴를 방치할지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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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체코 공화국의 수도 프라하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더 이상 핑계나 위선은 안 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라"는 플래카드를 보이며 나토 국가들이 이스라엘 영공을 지킨 것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의 영공도 지켜야 한다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 대사관 앞에서도 같은 시위를 벌였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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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에는 수도 키이우에 전력을 공급하는 키이우 남부의 트리필리아 발전소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미국 공영방송 PBS 인터뷰에서 “11기의 미사일이 오고 있었다. 우리는 처음 7기는 파괴했지만, 결국 나머지 4기가 트리필리아 발전소를 파괴했다. 왜? 트리필리아를 방어할 미사일이 다 떨어졌으니까”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요격 미사일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젤렌스키는 PBS에 “러시아는 우리보다 10배 이상 포를 쏘고, 공군력은 우리의 30배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우리를 매일 밀어내고 있다. 우리는 2000~3000㎞ 나는 장거리 미사일이나, 300~500기에 달하는 전투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미국의 원조가 재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수 개월 간 버티던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에서도 지난 2월 퇴각했다. 양쪽에게 모두 진격의 거점 타운이었지만, 화력이 떨어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맹렬한 포격과 병력 투입을 견디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부족한 패트리엇 방공 포대를 전장에서 빼내 후방의 주요 도시들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사일과 스마트 폭탄을 발사하는 러시아의 폭격기와 전투기들은 패트리엇이 두려워서 전선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최전선에선 우크라이나 지상군을 맹폭하고, 후방의 에너지ㆍ인프라 시설, 쇼핑센터, 거주지들을 무차별 폭격한다.

젤렌스키는 “발전 시설의 파괴는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포탄과 각종 탄약, 박격포, 장갑차량, 대전차무기, 드론을 만드는 공장의 전력 공급에도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 “패트리엇 포대 7개만 더 있어도”

쿠렐바 외교장관은 지난 10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나라 전체를 방어하려면 패트리엇 26개 포대가 필요하지만, 긴급하게 7개 포대를 받을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말했다. 7개가 추가되면, 주요 도시들을 방어하고도 최소 한 개는 전선 가까이에 배치해 자국 지상군을 러시아의 정밀유도무기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방위산업체 레이시언은 지금까지 19개국에 240개 이상의 패트리엇 포대를 판매했고, 록히드 마틴은 1만 기 이상의 요격 미사일을 생산했다. 쿠렐바는 워싱턴포스트에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우리에게 이양할 여유가 있는 패트리엇 포대가 주변국가들에만 모두 100개다. 어떤 곳은 항구나 기지에 1개 포대 이상을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다른 대우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나토(NATO) 국가들은 자국 전투기를 동원하는 등 이스라엘에 제공했던 것과 같은 연합 방공 능력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를 꺼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큰 유럽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피하려면, 나토군이 직접 러시아군과 싸우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의 가브리엘류스 란즈베르기스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는 2년 넘게 같은 서방 국가들에 같은 종류의 보호를 요청했는데, 왜 비(非)나토국가인 이스라엘은 (지원이) 되고, 더 암담한 처지에 놓인 또 다른 비나토국인 우크라이나는 안 되느냐”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완벽한 방어’는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취약점’을 부각시켰다.

미국 워싱턴의 씽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14일 “이란 드론ㆍ미사일은 1000㎞ 이상을 날아야 하는 반면에, 이스라엘과 파트너 국가들은 충분한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은 불과 수십 ㎞ 떨어진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발사된다”고 비교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사일에 대비할 시간이 이스라엘의 수십 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이걸 막을 요격기도, 방공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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