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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부산 ‘왕진버스’ 5대 빵빵~“편해서 억수로 좋심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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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6일 오후 부산성모병원 의료버스에서 배아무개 가정의학과 의사가 서아무개(81)씨의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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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수치 좀 어떻습니까? 많이 안 좋은가예?”



지난 16일 오후 부산 수영구노인복지관 앞에 정차된 의료버스에서 서아무개(81·부산 남구 용호동)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혈액검사 결과지를 읽던 부산성모병원의 배아무개 건강증진센터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어르신,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혈압 관리만 좀 신경 쓰시면 되겠네요.” 서씨의 얼굴이 그제야 밝아졌다.



부산형 의료버스는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전문 건강 검진과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2021년 처음 도입했다. 약을 사는 데 필요한 처방전은 발급하지 않지만 검진 결과를 설명하고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거나 정밀 검진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병원 방문을 권유한다. 3년 전 1대로 시범 운영을 시작해 올해 5대로 늘렸다. 3년 주기로 정하는 의료버스 운영 병원은 공모를 통해 결정하는데 올해는 6곳이 지원해 4곳이 뽑혔다. 부산대병원이 2대를 운영하고, 부산성모병원과 해운대부민병원, 메리놀병원에 각각 1대씩 배정됐다. 부산시는 이 병원들에 버스와 검사장비, 1대당 운영비 4억원씩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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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부산 수영구노인복지관 앞의 부산성모병원 의료버스에서 한 검사자가 방사선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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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25인승 일반버스를 개조했다. 환자가 누워 검사를 받는 침대와 골밀도·초음파·심전도 검사기와 방사선 촬영기 등 다양한 검사장비를 갖추고 있다. 진료과목도 정형외과, 류머티즘내과, 안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다양하다. 버스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4~5명이 타고 움직인다.



의료버스는 매주 평일에 2~3일 동안 운영된다. 주로 찾아가는 곳이 노인복지회관과 재가장기요양기관, 통합돌봄케어안심주택, 장애인시설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많은 집단시설이다. 16~17일엔 5대의 의료버스가 부산 시내를 달렸다. 수영구노인복지관으로 간 부산성모병원 의료버스는 이틀에 걸쳐 40명을 진료했다. 병원 관계자는 “검사부터 상담이 끝날 때까지 20여분 걸리다 보니 하루 20명까지만 가능한데 혼잡을 피하기 위해 노인복지관을 통해 사전 예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예약자들은 노인복지관 1층에서 등록과 문진, 채혈 등 기초검사를 받았다. 10분 정도 기다려 결과가 나오면 내방객들은 차례로 복지관 앞 의료버스에 올라 전문의 상담을 받았다. 16~17일 상담을 받은 40명 가운데, 병원 진료를 권고받은 이가 8명(가정의학과 1명, 정형외과 7명)이었다. 배 센터장은 “환자들이 힘들 때 의사가 없으면 안 된다. 출장 진료가 번거롭지만 의료 사각을 직접 찾아가 진료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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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부산 수영구노인복지관 앞에 부산성모병원 의료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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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버스는 무료인데다 당일 검진과 신속한 상담이 강점이다. 이용자들 만족도 역시 높다. 부산시는 “지난해 이용자 8459명 가운데 536명(6.3%)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97.1%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16일 부산성모병원 의료버스를 이용한 홍아무개(81·부산 수영구 광안동)씨는 “병원에 줄을 서서 대기하지 않아도 되고 혹시나 모를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가 있어서 좋다. 기회가 되면 또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행 초기이다 보니 보완할 점도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용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골목과 고지대엔 버스 진입이 힘든데다 환자 대기공간 확보도 어렵다. 부산시는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버스사업의 표준화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검진·상담을 받은 질병 의심 환자를 의료기관, 지역 건강 사업, 기부금 사업과 연계하는 일도 병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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