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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사설] 여당·보수단체 민원이 100%, 이런 선방위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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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달 4일 서울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규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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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관련 보도의 공정성 여부를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 제기된 정당·단체의 심의 민원을 죄다 국민의힘과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낸 것으로 드러났다. 공언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설립된 보수 언론단체로,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이 편파 보도를 한다고 줄곧 공격해왔다. 선방위는 대부분의 심의에서 이들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법정제재를 남발했다. 언론 검열 논란을 불러온 ‘입틀막 심의’는 여당과 보수 단체, 선방위가 한몸처럼 움직이며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던 셈이다.

18일 한겨레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선방위 민원 현황’ 자료를 보면, 선방위 출범 직후인 지난해 12월14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접수된 지상파 방송 부문 민원 304건 중 정당 민원은 146건, 단체 민원은 32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겨레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확인해 보니, 정당·단체 민원 178건은 모두 국민의힘과 공언련이 낸 것이었다고 한다. 선방위원 9명 중 2명이 공언련 임원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다. 공언련이 넣은 민원을, 최근까지 그 단체에 몸담았던 이가 심의하는 상황이니, ‘셀프 심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방위는 방심위가 구성하고, 선거 관련 심의 민원도 방심위가 접수해 선방위에 넘긴다. 여권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현행 방심위 구조에서 선방위가 균형 있게 구성될 리가 만무하다. 선방위의 법정제재가 정부 비판 보도에 집중되고, 선거와 전혀 무관한 사안이 선방위 심의 대상에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방위는 방심위와 견줘 심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민원인들은 선방위를 선호한다. 국민의힘과 공언련이 낸 민원의 70% 가까이가 문화방송을 겨냥하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지하다시피, 문화방송은 현 정부와 여당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언론이다. 실제 지금까지 선방위가 의결한 법정제재 20건 중 무려 11건이 문화방송에 내려졌다.

방심위와 선방위의 폭주는 공정하고 독립적이어야 할 심의기구가 여권의 ‘민원 해결사’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정치에 오염된 심의기구는 언론 자유를 질식시키는 국가검열기구일 뿐이다. 위원회 구성부터 심의 대상과 방식에 이르기까지 불가역적인 대수술이 절실하다. 민주주의 선진국 중에서 정치권력이 방송심의기구마저 전리품처럼 다루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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