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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럽다 싶으면 무조건 빈혈?
빈혈은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조직의 저산소증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은 혈액 속 적혈구가 담당하며 대개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을 기준으로 빈혈을 진단한다. 흔히 갑자기 어지럼증이 오면 빈혈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어지럼증은 빈혈보다는 다른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또 정작 빈혈은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맥이 빨리 뛰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창백하거나 노랗게 보이는 얼굴, 생리주기 또는 양의 변화 등 다른 증상들이 동반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위의 증상만을 가지고 빈혈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는 없으며, 빈혈의 확진은 혈액검사를 통해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헤모글로빈 수치를 기준으로 △6개월 이상 6세 미만 또는 임산부 : 11g/dL △6세 이상 16세 미만 또는 성인 여성 : 12g/dL △성인 남성 : 13g/dL 이하일 때 빈혈로 진단한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인성 교수는 “빈혈이 있고 없고의 여부는 혈액검사만 해도 알 수 있지만, 빈혈이 발생하는 원인 자체가 다양하고 빈혈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혈액검사와 함께 빈혈의 원인을 찾는 추가적인 검사가 동반된다”고 말했다.
◇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철 결핍성 빈혈!
철은 헤모글로빈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자,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무기질이다. 철이 부족하면 헤모글로빈이 만들어질 수 없고 헤모글로빈이 없으면 적혈구가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빈혈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빈혈을 ‘철 결핍성 빈혈’이라고 하며, 빈혈 중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철 결핍성 빈혈이 일어날 수 있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몸에서 철의 필요량이 증가한 경우다. 이는 미숙아, 영아,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 임산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체중이 증가하고 키가 크면서 체내의 철분 요구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음식을 통해 이를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신 중인 여성에서는 태아와 태반을 형성하는 데 많은 양의 철분이 필요하고, 적혈구 총량의 증가, 분만 시 출혈 등으로 인해 철분 요구량이 증가하므로 철분 필요량이 임신 전보다 증가하게 된다.
두 번째로는 위궤양, 치질, 만성적인 위장관 출혈, 월경과다, 암 등에 의해 철분 소실이 증가한 경우다. 조인성 교수는 “성인 남성과 폐경 후 여성에서 철 결핍성 빈혈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철분의 필요량이 증가하는 연령이나 상태가 아니므로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이어트나 지나친 채식 위주의 식단 때문에, 혹은 소화기질환에 의한 철 흡수장애가 생긴 경우에도 철 결핍성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 무조건 약부터 먹는 것이 좋을까?
빈혈 치료의 핵심은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해 주는 것이다.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철분제를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급한 교정이 필요한 경우 수혈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증상만으로 스스로 빈혈을 진단하고 무조건 빈혈 약 혹은 철분제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인성 교수는 “정확한 진단 없이 단순히 약부터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철 결핍성 빈혈의 경우 철분 공급으로 쉽게 교정될 수 있지만 다른 원인에 의한 빈혈일 수 있으며, 대부분의 빈혈은 원인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 않고 빈혈만 치료하는 경우, 일시적인 호전을 회복으로 착각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성인 남성의 경우 대부분 만성적인 출혈, 특히 위장관내의 출혈 때문에 빈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장년 및 노년기에서의 빈혈은 빈혈 자체보다 원인이 되는 질환에 대한 진단이 더 중요하다. 또 빈혈에 좋은 음식으로 소고기, 달걀, 녹황색 채소, 해조류, 견과류 등이 꼽히지만, 이미 빈혈이 진행된 상태라면 식이요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므로 전문의와의 정확한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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