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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뉴진스와 달라서, 끌린다…'하이브 막내딸' 아일릿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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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일릿은 K팝 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톱100'에 데뷔곡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 빌리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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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행사로 데뷔 첫 공식일정 소화하고, 데뷔곡으로 숏폼 유행 만들어 국내외 차트 휩쓸기.

그룹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의 흥행 공식이 한솥밥 후배 그룹인 아일릿(민주, 모카, 이로하, 원희, 윤아)에도 그대로 통했다. 2022년 데뷔한 뉴진스는 샤넬 패션행사로 처음 얼굴을 드러냈으며, 데뷔곡 ‘어텐션’·’하입보이’로 국내외 음악 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난달 25일 데뷔한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패션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 행사에 완전체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기 전에 해외 패션위크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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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와 아일릿은 패션 행사로 데뷔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2022년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샤넬 행사에 참석한 뉴진스(위), 지난달 파리 패션위크를 방문한 아일릿. 사진 각 그룹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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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곡 ‘마그네틱’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슈퍼 이끌림”이라는 독특한 가사가 어우러진 몽환적인 노래다. 음악방송 무대와 틱톡 프로모션 등으로 입소문을 내며 승승장구 중이다. 데뷔곡 최초로 영국 오피셜차트 ‘싱글차트 톱100’에 2주 연속 진입했고, 스포티파이 차트에선 ‘위클리 톱 송 미국’ 최고 63위·‘데일리 톱 송 미국’ 최고 36위에 각각 올랐다.

미국 빌보드 핫100(20일 자)에선 91위에 랭크했다. ‘큐피드’로 데뷔 130일 만에 핫100에 진입한 피프티피프티의 기록을 깨고, K팝 그룹 최단 기간인 22일이라는 숫자를 새로 썼다. 아일릿은 미국 빌보드 핫100과 영국의 오피셜차트 싱글차트에 데뷔곡으로 동시 입성한 최초의 그룹으로, 새로운 슈퍼루키의 탄생을 알렸다.

아일릿은 소속사 빌리프랩(하이브 레이블)을 통해 “상상도 못했다. ‘마그네틱’이라는 좋은 곡을 만들어주신 분과 노래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 앞으로 더 멋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뉴진스랑 어떻게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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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은 K팝 걸그룹 최초로 데뷔 당일 스포티파이 ‘데일리 글로벌 톱 송’(3월 25일 자) 차트에 진입하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사진 빌리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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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는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콘셉트로 데뷔했다. 사진 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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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아일릿 프로듀서로 나서, ‘마그네틱’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아일릿 감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10대 프로듀서들과 협업해 이지리스닝 멜로디에 키치한 소녀 감성을 녹여냈다. 활동을 앞둔 후속곡인 ‘럭키 걸 신드롬’ 뮤직비디오에서 아일릿 멤버들은 긴 생머리, 통 큰 데님 바지, 체크 셔츠, 골반에 걸친 치마에 반바지 입기 등 Y2K 패션을 입어 유행 공식을 따랐다.

아일릿은 안무에도 영웅 스텝(르세라핌 ‘이지’), 머리카락 쓸어넘기기(뉴진스 ‘어텐션’), 골반에서 손 돌리기(뉴진스 ‘디토’) 등 하이브 선배 그룹의 히트 동작을 적용하며 트렌드를 이어갔다.

앞서 비슷한 콘셉트로 성과를 거둔 뉴진스 따라하기라는 K팝 팬들의 반응도 있다. ‘하입보이’·‘디토’ 등 뉴진스가 먼저 보여줬던 듣기 편안한 멜로디에 10대 소녀의 꾸밈없는 감성이 닮았다는 이야기다. 유튜브엔 AI(인공지능)가 만든 뉴진스가 부른 ‘마그네틱’ 버전이 여러 개 올라와 100만 뷰 이상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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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의 수록곡 '마이 월드'는 뉴진스의 '어텐션'과 비슷한 안무로 화제가 됐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Mnet, 유튜브 스튜디오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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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민희진 프로듀서가 10대 후반에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담았다면, 아일릿을 프로듀싱한 방시혁 의장은 1990년대 S.E.S., 핑클을 표방하는 ‘몽환 청순’을 전면에 꺼내 요즘 트렌드와 섞은 것으로 보인다. 아일릿 소속사는 “과몰입한 소녀들의 표정 연기를 보는 구간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고 설명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뉴진스 이후 등장한 그룹들이 뉴진스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두 팀이 지향하는 바는 완전히 다르다. 뉴진스는 확고한 원 프로듀서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아일릿은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데뷔 콘셉트를 잡았다. 이후에 어떻게 나아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봤다.



막강한 자본력도 한 몫



아일릿이 뉴진스, 피프티피프티보다 더 빨리 빌보드에 입성한 배경엔 하이브가 가진 힘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음악시장에서도 주목하는 회사인 하이브에서 론칭한 신인 걸그룹이자, 특히 방시혁 의장이 곡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 자체로 바이럴 요소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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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의 '마그네틱'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끌리는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작사, 작곡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참여했다. 사진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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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음원 스트리밍 수치보다도 미국 라디오 시청자 노출 수, 글로벌 플랫폼 틱톡에서의 상승세가 높았던 것은 하이브 프로모션의 힘 덕분이다. 빌보드는 “아일릿의 ‘마그네틱’은 5일부터 11일까지 집계 기간 동안 미국 내 스트리밍 620만개(전주 대비 1%증가), 라디오 시청자 노출 수 42만 8000회(43% 증가)를 보였다. 틱톡에선 전주 17만개에서 20만이 늘어난 37만 5000개의 오디오클립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하이브 신인 걸그룹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아일릿의 ‘마그네틱’은 공개 2시간 만에 중국의 QQ뮤직 실시간 차트 정상에 올랐고, 유행 지수 일간 차트 1위로 진입했다. 5월 3일 일본 국립 요요기 경기장에서 개최되는 현지 최대 규모의 패션 음악 축제인 ‘라쿠텐 걸즈 어워드 2024’에도 초대됐다. 중국과 일본에서 정식 데뷔하지 않았음에도 셀럽으로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소속사는 “‘K팝 5세대 잇걸’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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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은 '마그네틱'에 이어 후속곡 '럭키 걸 신드롬'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사진 빌리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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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아일릿의 음악, 퍼포먼스, 비주얼, 콘셉트, 프로모션 전략 어느 하나 허투루 기획되지 않았다. 사전 프로모션 단계부터 지금까지 철저했다. 이들의 노래는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음악 같기도 하고,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해 폭넓은 연령대가 들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아일릿이 하이브 같은 거대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 출신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벼락'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대형 기획사의 자본력과 노하우는 점점 막강해지고 있다. 중소 회사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이브가 기록과 성과 등 외형 성장에만 몰두해 트렌드만을 따르는 ‘공장형 아이돌’을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아일릿은 음악방송 앙코르 무대에서 안무 없이 부르는데도 힘없는 목소리, 흔들린 음정 등으로 혹평을 받았다. 아일릿에 이어 르세라핌의 코첼라 페스티벌 라이브 논란까지 일자, 하이브가 경쟁적으로 레이블 성과와 목표만 좇다가 가수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쓴소리가 최근 며칠 사이 연예면을 도배했다.

임 평론가는 “K팝이 비주얼과 퍼포먼스로 승부를 보는 장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최근 이지리스닝 흐름을 타고 아이돌의 가창력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진 측면이 있다. 결국엔 대중이 기대하는 육각형(외모, 춤, 노래, 이미지, 인성, 자본 등을 모두 갖춘 형태) 아이돌이 롱런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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