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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전공의 수련 과정, 대학병원 중심에서 지역 네트워크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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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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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현재 전공의 수련과정으로는 필수·지역의료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등 현행 개별 병원 중심의 교육 훈련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지역 네트워크 기반의 수련 환경이 조성돼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담당할 의료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19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올바른 의료개혁 토론회 : 전공의 수련-노동환경 개선방안'을 개최했다.

신현영 의원은 "전공의 수련 및 노동환경 개선은 전공의 처우 개선의 문제를 넘어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기초 인프라를 튼튼히 하는 과정"이라며 "무리한 업무에서 벗어나 수련의 질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우수한 전문의를 배출하는 것은 의료개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첫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휴먼시스템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현행 전공의 수련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홍윤철 교수는 "전공의 수련이라고 하면 대학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교육 수련으로는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훌륭한 대학병원에서 외과 수련을 받으면 위암이나 췌장암 등의 수술은 배울 수 있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맹장 수술을 배울 기회는 거의 없다"며 "결국 수련은 받았지만 지역사회에 나가서 자기 역량을 발휘할 기본적인 수련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의 기본적인 수련 환경 또는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위주의 수련에서 벗어나 일차의료 환자를 접하고 직접 진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않는다면 필수의료나 지역의료의 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다.

따라서 전공의 교육 수련의 개선 방안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

홍 교수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인재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공의들이 지역사회 의료기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1차와 2차 의료기관을 포함한 교육 수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금까지의 개별 병원 중심의 교육 훈련이 아닌 지역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 수련 네트워크 기반의 훈련으로 완전히 넘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를 위해 지역의료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수련을 책임 관리하는 중앙수련위원회가 있어야 하고,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 기반의 교육 수련을 할 수 있는 지역 수련 코디네이션센터 같은 것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현재 우리나라 의료 현안인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공의료의 역량이 함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의료 인재 양성을 위한 컨소시엄 기반의 네트워크 교육 실현 프로그램 구성 필요성도 제기했다.

홍 교수는 "통합 2년의 교육 수련 전공을 만들고 그것을 중앙수련위원회에서 책임 관리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양한 교육 수련 트랙을 자율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책임을 갖고 교육 수련을 지원하고, 실질적 내용은 네트워크 기반의 컨소시엄을 통해 지역 코디네이션센터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 전공의 교육 수련 시스템을 새로운 통합 2년 전공의 과정으로 바꾸고 인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인턴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공의 당사자도 모르고 병원 입장에서도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른 채, 1년을 날려버리고 있다"며 "새로운 통합 2년의 전공의 과정을 신설하되, 본과 4학년 정도는 예비 연차로 두고 임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졸업한 이후 본격적인 전공의 수련에 들어가서 2년을 수련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통해 지역사회 1·2차 의료에서의 역량을 완전히 습득하게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나가서 전문의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이런 과정만으로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다루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만큼, 2년의 전공의 과정을 마친 이후 단과 전문의 수료 과정을 통해 추가로 2년이나 3년 정도를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 교육 수련에 대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가지고 지원하지 않으면 의료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전공의한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라며 "적어도 1조원 이상의 재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제대로 전공의가 수련을 받고 지역사회와 필수의료 영역에서 역할을 하는 인력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필수·지역·공공의료에 대한 전공의 커리어 패스 지원이 강화되면 전공의들도 충분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의료가 만들어지고, 지역사회 의료 수준 전체가 높아지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며 "전공의 교육 수련에 대해 상급종합병원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있는 1·2차 의료기관과 지역거점 병원까지도 모두 책임의 범위 속에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역 의료에 지역사회 의료의 수준과 인프라가 강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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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발제를 맡은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대한예방의학회 교육위원장)는 현재 전공의 수련환경의 열악함을 공유하고,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근무시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주환 교수는 "우리나라 전공의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최대 88시간인데 비해 다른 국가는 40~48시간이고, 가장 근무시간이 긴 나라인 미국이나 캐나다, 이스라엘 등은 72~80시간 정도지만, 휴식 시간을 상당히 길게 의무화하고 있다"며 "일본도 주당 40시간으로 우리나라 근로기준법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전공의 당직 역시 우리나라는 12번까지 허용하는 데 비해 대부분 나라들은 4~6회이고 많아야 8회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교대 근무 사이의 최소 휴식시간 보장도 한국은 10시간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스라엘은 120시간을, 핀란드의 경우에도 60시간의 휴게를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우리나라는 전공의들이 최대로 일하게 하고 휴식은 최소로 보장하는 나라"라며 "현재 주당 80~88시간 일하는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52시간을 보장할 수 있게 정부와 국회가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협박하거나 애원하지 않아도 전공의들이 돌아올 생각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의 수련 및 근무 환경을 그대로 두고 전공의들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공의들의 노동시간을 근로기준법에 맞춰 줄이면 그만큼의 인력 증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전공의들의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감축하려면 인력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의료개혁을 굳이 원하지 않을 경우 의대정원 증원을 수용할 수 없을 텐데, 그렇게 되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가 없게 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전공의 노동 환경 개선 방향은 근로기준법과 동일하게 가야 한다"며 "가장 좋은 방안은 의료 시스템 효율화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1·2·3차 책임 의료기관 네트워크가 운영되면서 전공의 노동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면 근로기준법에 맞게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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