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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심장 강타하는 음악, 그 산을 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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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새 음반 '쇼팽: 에튀드'를 낸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은 앞서 이 곡을 연주한 이그나츠 프리드만, 알프레드 코르토 등을 가리켜 '내게 거대한 우주 같은 피아니스트'라고 표현했다. 그러곤 "어릴 때부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10년 동안 제 속에 있던 용암을 이제야 밖으로 토해내는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의미가 남다른 음반이다.

2022년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두며 세계적 클래식 스타로 거듭나고 있는 그에게 '근본'이란 어떤 의미일까. 미국 보스턴에 머무는 그는 19일 국내 취재진과 만난 영상 인터뷰에서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하게 되는 연주가 아니라 연주자가 음을 치자마자 귀가 들을 시간도 없이 그냥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 그런 음악을 하는 음악가가 근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겸손하게 "이건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시대가 택한 천재, 축복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며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진실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특별히 영감을 준 것이 있는지 묻자 "꼭 이 나이에 이 산을 넘고 싶다는 제 의지가 이 음반을 만들었다"고 소신 있게 답했다.

연습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쇼팽 에튀드는 고도의 연주 기술과 예술성을 요하는 24개 곡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그중 '첼로'라는 제목이 붙은 에튀드 25-7번의 단 두 마디를 완성하기 위해 7시간, 그 이상 고민하고 연습했다. "첫 음을 눌렀을 때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그건 연습이 아니잖아요. 첫 음이 심장을 강타하면 다음 음으로 넘어가는데, 느낌이 안 산다면 그걸 계속 반복하죠." 나비의 날갯짓을 연상시키는 25-9번엔 즉흥적으로 왼손 음을 바꿔 친 마디가 있다. 프리드만의 연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어떻게 쇼팽의 텍스트를 바꿀 수 있느냐는 분이 계실 수도 있지만, 녹음의 중심을 잡아준 감독(존 프레이저)도 '아주 특별한 왼손'이라고 해주더군요."

임윤찬은 최근 손 부상으로 보름간 예정됐던 해외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지만 "1~2주 쉬니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피아노 치는 데 아무 지장도 없다"고 전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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