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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돈 빌리는 데 10분도 안 걸려” SNS서 급속확산…안 갚으면 신상공개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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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수백개 대리입금 검색
수고비 지각비로 초고금리 챙겨
못갚으면 욕설하고 협박하기도
휴대폰깡 대출 피해 10배 늘어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 A씨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대부업체 등록도 하지 않고 338명에게 2억9000만원을 대출해 주면서 수고비(사례비), 지각비(연체이자) 명목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10만원 미만의 금액을 빌려준 A씨는 연간 최고 2만9200%에 이르는 이자율을 적용했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전화나 메신저로 욕설을 하고 학교와 집에 알리겠다 협박했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C군은 올해 3월에만 도박으로 1600만원에 이르는 돈을 탕진했다. 대리입금을 통해 300만원을 마련했지만 쌓이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토바이를 훔치는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으로 송치됐다.

매일경제 취재진이 최근 엑스(옛 트위터)에 ‘대리입금’을 검색하자 370개 이상의 계정이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대리입금이 해시태그된 게시글이 2만8000개를 넘었다. 이들 계정들은 계정 소개글에 ‘미자(미성년자) 환영’, ‘학생 우대’라고 명시해놓으며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청소년을 가장해 대리입금을 해준다는 계정에 접촉하니 돈을 빌리기까지 10분이 채 안 걸렸다. 한 대리입금 업자는 “대출금의 20~50%를 수고비로 내야 하고 늦게 갚을 경우 지각비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법으로 정해놓은 연간 최고금리(연 20%)는 비교가 안되는 초고금리 사채를 쓰게 되는 것이다.

특히 본인인증 절차에 필요하다며 학생증, 주민등록등본, 휴대폰 번호, 학교명, 부모님 휴대폰 번호 같은 중요한 신상정보를 보내라고 했다. 본인인증 때문에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독촉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 여성만 대출 가능 대상이라고 안내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실제 대리입금을 통해 대출받은 후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면 사진과 전화번호, 주소, 학교 같은 신상정보를 SNS에 유포한다는 식의 협박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야간 협박전화나 불법추심에 시달렸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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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입금 업자들은 대출상환이 지연되면 시간당 1만원의 연체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업자들은 이를 ‘지각비’라는 은어로 부르고 있다. 청소년들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개인정보를 유출하겠다는 식의 협박을 일삼는다. 실제 대부업자 B씨는 480여명의 청소년에게 5억3000여만원을 대출해주고 상환이 지연되자 학생증·연락처 등을 SNS에 올려서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피해가 확산하고 있지만 음성적으로 대출이 이뤄지다 보니 적극적인 신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지난해 4000건에 이르는 대리입금 불법광고가 적발됐지만, 대리입금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건수는 2023년 기준 5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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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DB]


대리입금과 더불어 청소년으로 하여금 휴대폰을 개통하게 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주는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 여기서는 휴대폰깡을 의미)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출을 받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휴대폰을 개통해 얻은 단말기를 업자에게 넘기고 현금을 받는 대출사기 방식이다. 피해자는 과도한 휴대폰 요금을 납부해야 할 뿐만 아니라 휴대폰이 대포폰으로 악용되면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도 있다.

피해 신고도 크게 늘고 있다. 양정숙 의원실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구제대출로 피해를 입어 상담한 인원은 2021년 10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106명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휴대폰깡 대출업자에게 접촉해 보니 이들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와 현재 쓰고 있는 통신사를 알려주면 신원 조회를 해서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 알려주기도 했다. 한 대출업자는 “빌린 돈은 할부금 형태로 적게는 1개월, 많게는 36개월에 걸쳐 갚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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