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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보복 악순환, 이번엔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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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미사일 공격 엿새 만에 핵·미사일 시설 지역에 드론 띄워

조선일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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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9일 이른 오전 무인기(드론) 등에 의한 공격을 받았다. 지난 13일 이란으로부터 미사일과 무장 드론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엿새 만에 유사한 방식으로 재보복에 나섰다고 파악된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및 이스라엘의 이란 직접 공격 모두 처음이다.

로이터와 AP 등은 이날 “이란 중부 이스파한의 공항 근처에서 원인을 알수 없는 폭발음이 수차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이란 당국도 “이스파한에서 드론 세 대가 출현, 방공망이 작동됐다”고 발표했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은 이란 육군 항공대 기지, 미사일 생산 단지, 우라늄 농축 핵시설 등이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 정부는 공격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별 피해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파괴될 경우 피해가 막대할 수 있는 핵시설 또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가 제한적일지라도, 반세기 가까이 대리 세력을 통한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중동의 대표적인 분쟁국인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공격’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충돌 양상을 보이며 중동 정세가 예측 불가능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중동 전면전 확전 공포에 유가가 급등하고 증시가 하락하는 등 글로벌 경제엔 충격이 번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9.3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평균은 각각 1.6%, 2.7% 하락했다. 국제 유가도 한때 전일 대비 4% 넘게 급등해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단체) 간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져 왔다. 하마스를 비롯해 이스라엘을 공격해온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모두 이란이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이 무장 세력들을 이용해 이스라엘과 대치해온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자국 영사관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10여 명이 사망하자 13일 드론·미사일 300여 기로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했다. 한 주도 지나지 않아 단행된 19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이 같은 ‘보복의 악순환’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은 같은 시각 시리아 남부의 정부군 기지도 공격했다고 알려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이날 “이스파한의 ‘나탄즈’ 핵시설을 포함해 이 지역의 모든 주요 시설이 안전하다”며 이례적으로 신속한 발표를 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부인하는 듯한 메시지도 나왔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우리 군이 드론 세 대를 격추시켜 수차례의 폭발음이 발생했다”며 “이는 외국의 공격이 아니며, 이로 인한 피해 역시 없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아침 뉴스를 통해 평소와 다름없는 이스파한의 평온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이번 공격을 평가절하하고 피해도 부인하며 사태 확산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란이 다시 보복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이란 당국은 일단 진상 파악에 주력하며 대응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공격 사실이 알려진 지 약 3시간 만인 오전 7시쯤 이란 전역에 내려졌던 민간 항공기 운항 제한을 해제하고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공격 배후가 불분명하다”며 “따라서 즉각 대응에 나설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연합(EU)과 G7(7국), 중국 등은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모든 당사국은 신중하라”며 추가 보복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방 언론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 강경파들의 요구대로 자력 보복을 실천에 옮겼다”며 “다만 미국과 교감 하에 ‘제한된 대응’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 관리들이 미국에 ‘향후 24~48시간 내에 (이란에) 보복할 예정’이라고 미리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공격 수시간 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또 “(양국 간 사전 교감을 통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절제된 규모’(limited in nature)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란을 공격하지만,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으로 확전의 ‘공’은 다시 이란으로 넘어갔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후 재보복을 예고하자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전면전을 막기 위해 “무력 보복을 자제하라”고 반복해 요구해왔다. 더불어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 결정은 주체적으로 내리겠다”며 강경 노선을 고수해 왔다. 네타냐후는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도 자제하라는 요청을 서방으로부터 받고 있다.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일단 이스라엘이 이란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이란의 방어를 뚫고 핵시설이 있는 지역을 쉽게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이스파한

인구 약 220만으로 이란에서 셋째로 인구가 많고 둘째로 면적이 큰 중부 도시.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440㎞ 떨어진 이곳은 이란 한복판에 있어 이란을 남북, 동서로 가로지르는 주요 교통로가 모두 지나는 교통 요지다. 다수의 군 기지, 미사일 생산 단지, 핵시설 등이 있는 핵심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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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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