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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80층 아파트 엄청 자랑하더니”…돌연 낮고 빽빽하게 짓는다는 北,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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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북한 화성지구 2단계 전경.[사진 =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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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관영 매체 관련 보도를 보면 ‘초고층’이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건축 밀도’가 등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불과 1년여 전인 지난해 5월,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초고층 살림집’ 제하 기사에서 미래과학자거리의 53층 주택, 려명거리의 70층 주택, 송화거리의 80층 주택을 줄줄이 나열했다.

특히, 2022년 준공된 송화거리의 80층짜리 집은 “수도 평양의 제일 높은 살림집”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준공된 1만 가구 규모의 화성지구 2단계는 건물을 초고층으로 지어 용적률을 높이는 지금까지의 방식 대신 여러 채를 빽빽하게 지어 건폐율을 올리는 새로운 방식이 적용됐다.

옥종호 서울과학기술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20일 ‘종심이 깊게 거리를 형성했다’는 표현에 대해 “초고층으로 몇 동의 건물을 건설하는 대신 빌딩군이 도로를 중심으로 긴 가로를 형성하도록 쭉 건설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화성지구 2단계 현장 사진에서는 20∼30층 안팎의 건물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 확인됐다.

북한이 이번엔 나름의 ‘건축 철학’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배경에는 고질적 전력난으로 주민들이 고층 아파트를 꺼리는 현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에서는 초고층 입주자들이 모두 평범한 노동자들이라고 선전하지만, 정작 실거주자들은 저층을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경우가 잦아 고층은 살기가 힘들다는 이유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송화거리 완공 직후인 2022년 4월 북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자주 정전이 되는 실정에서 80층 초고층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언제든지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도 이를 의식했는지 그해 5월 송화거리 아파트 영상을 공개하며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80층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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