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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막’ 두바이에 기록적 폭우…인공강우 때문일까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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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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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서 비나 눈이 만들어지려면 작은 결정체가 필요하다. 이 결정체에 구름이 머금고 있던 물기가 달라붙어 충분히 무거워지면 비 또는 눈이 되어 땅에 떨어진다.



인공강우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비나 눈을 만들 결정체로는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 소금 등이 쓰인다. 이들 결정체를 구름에 항공기로 살포하거나 대포로 발사해 뿌려 강우 또는 강설을 유도한다. 이른바 ‘구름씨 뿌리기’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마른하늘에서 비를 만들 순 없다. 먼저 물기를 머금고 있는 먹구름이 하늘에 떠 있어야만 여기에 구름씨를 뿌려 비구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공강우 기술은 1940년대 미국에서 개발되어 유럽과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인도 등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많은 곳에서 논밭에 물을 대고 스키장에 눈을 내리게 하는 데 주로 활용되었다.



그렇지만 실제 효과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구름씨가 만들어지는 건 레이다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실제 비나 눈이 되어 내리는 양이 얼마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인공강우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확언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물이 부족해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지역에선 인공강우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아무리 적더라도 아주 없는 것보다 낫다는 마음 때문이다. 또 위정자들이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을 느낄 수도 있다. 미국 유타주에선 2018년 인공강우로 물 공급량을 12% 늘렸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기초 자료가 구름씨 공급 업체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건조한 사막기후 지역인 아랍에미리트에 2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자,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인공강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퍼져나가 주목을 끌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랍에미리트 당국이 이번 물폭탄 전날까지 이틀 동안 구름씨를 뿌리는 작업을 했다고도 보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인공강우로 그렇게 많은 비를 만들어낼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기후 연구자 토머 버그는 “이번 폭우는 엿새 전에 이미 컴퓨터 기후모델에서 예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강우를 들고나온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폭우의 원인으로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거론되는 것을 막으려는 기후변화부정론자들의 음모라는 것이다. 과연 최근 몇년 사이 빈번해진 폭우 등 이상기후는 무엇 때문일까.



박병수 국제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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