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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대만 정부 “장제스 동상 760개 신속히 철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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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만 공공장소에 있는 장제스 초대 총통 동상. 연합뉴스


대만 정부가 장제스 전 초대 총통의 동상 700여개를 신속하게 철거하기로 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를 보면, 대만 정부 산하 과도기 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전날 입법부에 출석해 “대만에 남은 760여개의 장제스 동상을 신속히 제거할 것”이라며 “내무부가 관련 부서와 소통하고 있고, 빠른 철거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스 초대 총통은 대만 사회의 뜨거운 역사 논쟁의 대상이다. 국민당을 이끌며 한때 중국을 지배했던 장 전 총통은 중국공산당에 밀려 1949년 대만으로 건너온 뒤 1975년까지 대만을 이끌었다. 대만의 기틀을 잡고 경제를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원주민을 학살하고 권위주의 체제를 오래 유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1947년 2월28일 국민당 군대를 파견해 2만여명이 넘는 대만 원주민을 학살한 책임이, 큰 과오로 지적된다.



현 집권당으로 원주민의 지지를 받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장 전 총통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는다.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은 2018년 과도기 사법위원회를 출범시켜 대만의 과거사와 인권 침해 등을 조사했고, 초대 총통인 장제스가 반대자를 학살하고 인권을 탄압했다며 전국에 있는 장제스 동상 934개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민당 등의 반대 속에 논란이 커지며 철거 작업이 지연됐고, 결국 165개만 철거돼 현재 769개의 동상이 남아있다. 앞서 2000년 집권했던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도 장제스 동상 철거를 추진했으나, 2008년 국민당 마잉주 총통이 당선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국민당뿐만 아니라 대만 국방부도 장 전 총통이 1924년 국민당 군대의 뿌리인 황포군관학교 교장을 맡았고, 이 학교를 1950년 대만에 설립한 점 등을 들어 그의 동상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장 전 총통의 동상 철거 작업은 민진당 라이칭더 차기 총통의 다음달 취임을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라이 총통 취임에 발맞춰 친중 성향 국민당에 대한 정치적 선명성을 강화하고, 중국과도 각을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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