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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전국민에 25만원씩 주자는 巨野…코로나 때 보니 효과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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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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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야당이 예산 13조원을 들여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지급됐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가채무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역화폐 형태로 국민 1인당 25만원씩,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취약계층의 경우 10만원을 더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총 소요 예산은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기간에 “벼랑에 놓인 민생 경제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세워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코로나 지원금도 소비 대신 저축…내수 효과 의문”



하지만 막대한 소요 예산에 비해 효과성에 대한 의문부터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지급된 전 국민 보편 재난 지원금도 내수 진작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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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당시 전 국민에게 지급된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안내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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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전 가구에 최소 40만원(1인 가구)에서 최대 100만원(4인 가구 이상)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는 0.26~0.36배 정도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받았을 때 추가 소비로 이어진 것은 26만~36만원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그마저도 소상공인에 대한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했다. 대한경영학회지에 수록된 ‘긴급재난지원금의 소상공인 지원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급 전후 신용카드 사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지원금을 받아 소비를 미리 앞당겨서 하고 그 이후엔 오히려 소비를 줄이는 행태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소상공인 간접지원'이라는 재정정책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당시 골목 상권 소상공인들은 큰 이득이 없었다는 현장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로 받았더라도 전체 소비는 거의 늘지 않고 저축을 늘리는 케이스가 많았다”며 “25만원씩 지급한다 해도 실제 내수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국가채무 GDP 50%…추경 법적 요건도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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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나라빚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당장 재원 마련책도 요원하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5.5% 늘어난 112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4%를 나타내면서 처음으로 50%선을 넘었다.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법인세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수 부족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재원 마련을 위해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가 등 체감 경기와는 아직 온도차가 있지만, 수출 확대·고용 호조 등 실물경기 회복이 이뤄지는 만큼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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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오히려 불안정한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 이미 국제유가 급등과 원화값 급락으로 소비자물가가 기대만큼 둔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 활성화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동시에 시장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많아지는 만큼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야한다면 선별 지원…저소득층 집중돼야”



기재부는 별도로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 국민에게 현금 지원하는 데 대해 많은 국민이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꽤 있었다”며 “지금은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타깃(목표) 계층을 향해서 지원하는 것이 재정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치 지형 변동으로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해진 만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 등의 대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해야 한다면 내수 경기 측면에서나 서민 지원 측면에서나 저소득층에게 집중적으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코로나에서 기인한 가계부채 등 서민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추경이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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