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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세수 비상인데, 민생토론회 약속 이행이 우선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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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을 영접하려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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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인세 납부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 악화로 삼성전자는 11조5300억원, 하이닉스는 4조6700억원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전년도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두 반도체 기업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대기업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평균 40%가량 줄었다고 한다. 영업이익이 줄면 그에 비례해 법인세도 준다. 애초 정부는 올해 법인세가 77조7천억원가량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론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체 국세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법인세만이 아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이른바 ‘신3고’ 현상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부가가치세 수입도 크게 늘기 어렵고, 주택경기 침체에 따라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처를 6월까지 2개월 더 연장하기로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2021년 11월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유가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 안정책으로 내놨던 유류세 인하 조처를 9번째 연장한 것이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가 5조5천억원이었다. 올해는 유류세 종료를 전제해 지난해보다 세수가 4조2천억원 늘어나는 세입을 편성했는데, 유류세 인하 연장으로 인해 그만큼 세수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정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세수 부족은 경기침체 여파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여러 차례 강행한 부자감세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등 추가 감세 방안을 남발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를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국정 방향은 옳다’는 윤석열 대통령 방침에 따라 경제팀 역시 수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민생토론회’와 관련해 “(국민과의) 약속이니까 가능하면 지키려고 한다”며 “그걸 지키려면 그릇을 비워야 하는 부분이 있다. 재정 효과성 측면에서 모든 분야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점검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총선 민의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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