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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렇게 관능적인 스포츠 영화라니, ‘챌린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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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 ‘챌린저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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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그 감독, 마음의 나노 단위 떨림을 포착하고 시체를 먹는 모습(‘본즈 앤 올’)까지 감각적으로 그리는 루카 구아다니노가 스포츠를 영화로 찍는다고?



구아디나노가 테니스 경기를 소재로 한 ‘챌린저스’(24일 개봉)를 내놓는다고 했을 때 팬들은 거칠고 직설적인 스포츠와 구아다니노의 복잡미묘한 세계가 만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려가 무색하게 구아다니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남긴 각인을 날려버릴 만큼 섬세하고 관능적이며, 복잡하고 동시에 강렬한 걸작을 뽑아냈다.



‘챌린저스’는 10대 후반의 테니스 유망주들이 정점에 오르기도, 나락에 빠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인 13년의 이야기를 담는다. 테니스 스타 아트(마이크 파이스트)는 슬럼프에 빠져 은퇴하고 싶어한다. 누구보다 잘나가는 유망주였지만 부상으로 은퇴해 아트의 아내이자 코치가 된 타시(젠데이아)는 그랜드슬램을 포기하려는 남편이 답답하기만 하다. 타시는 아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최상위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이 경력 쌓기로 많이 참가하는 챌린저 투어 참가를 독려하는데 여기서 13년 전 아트의 친구이자 경쟁자였으며 타시의 연인이었던 패트릭(조쉬 오코너)과 맞닥뜨린다.



영화는 아트와 패트릭이 대결하는 챌린저 리그의 결승전을 중계하는 사이사이 13년 전과 8년 전을 오가며 셋의 만남과 경쟁, 불같았던 패트릭과 타시의 관계, 다른 욕망으로 어긋났지만 같은 디엔에이를 가지고 있어 서로를 떨칠 수 없는 둘 사이로 불안에 흔들리는 아트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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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챌린저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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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로맨스의 결합은 새롭지 않지만 ‘챌린저스’는 세 사람의 욕망과 성적 끌림, 질투와 분노 등의 감정을 스포츠 그 자체의 아찔한 관능으로 해석해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영화는 점점 빨라지는 심장박동 같은 일렉트로니카 리듬을 풀어놓으면서 이들이 빠지는 매혹과 자극적인 도발을 날카로운 서브 동작과, 끊어지는 신음과 함께 이어지는 랠리로 표현한다. 결승전에서 두 남자의 대결이 뿜어내는 관능적 열기는 타시와 패트릭이 펼치는 에로틱한 긴장감을 훌쩍 뛰어넘는다. 공을 쥔 손가락과 턱밑으로 떨어지는 땀 한 방울의 클로즈업을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감각적으로 잡아내는 구아디나노의 연출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기고 지는 문제는 저 세상으로 날려버릴 정도로 텐션의 대폭발이 일어나는 마지막 장면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는 한 단어는 ‘오르가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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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챌린저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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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소녀(‘스파이더맨’ ‘듄’)에서 야심 차고 유혹적인 성인으로 변신한 젠데이아의 성장도 눈에 띄지만 존재감이 가장 강렬한 건 방종함으로 스스로를 몰락시킨 패트릭의 조쉬 오코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주목받은 영국 배우 조쉬 오코너는 이 영화에서 투박한 열정과 냉소적인 태도, 원초적인 관능성을 탁월하게 표현하며 티모시 샬라메의 바통을 잇는 구아다니노의 페르소나로 떠올랐다. 오코너는 구아다니노의 신작 ‘각자의 방들’에도 출연 예정이다. ‘챌린저스’의 각본을 쓴 저스틴 커리츠케스는 ‘패스트 라이브즈’로 주목받은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남편으로 개봉을 준비 중인 구아다니노의 차기작 ‘퀴어’ 각본도 맡았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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