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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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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집단휴진에 암환자들 “죽음 선고하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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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며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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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빅5’ 병원(주요 상급종합병원) 소속은 물론 전국의 주요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방안을 결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의료 공백의 장기화로 응급의료체계의 중추인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환자들은 의대 교수들의 휴진 결정에 “죽음을 선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빅5’로 불리는 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을 부속병원으로 둔 의대는 서울대 의대를 비롯해 연세대, 가톨릭대, 울산대, 성균관대 등 5곳이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30일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주기적인 진료 중단도 고려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연세대 의대 비대위는 이날 주 1회 휴진 안건 등을 포함한 교수회의를 진행했고, 가톨릭대 의대 비대위는 26일 휴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성균관대 의대 비대위는 이날 교수들에게 “주 1회 휴진일을 정해 휴식을 취하라”는 권고문을 냈다. 앞서 울산대 의대 비대위는 23일 ‘주 1회 휴진’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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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30일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힌 24일 오전 서울대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이 담긴 글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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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의 의대들도 주 1회 휴진에 합류하고 있다. 이날 경상국립대의대·병원 교수회 비대위는 “30일 수술과 외래 진료를 휴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22일에는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가, 23일에는 원광대 의대 비대위가 ‘주 1회 휴진’을 결의했다. 충북대병원과 부산대병원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진료를 축소하고 있다고 했다. 계명대 의대 교수들도 이번달 중순부터 매주 토요일 휴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선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교수들이 휴진을 결정한 병원 일부에선 환자들에게 “정상 진료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충남대병원은 23일 비대위의 금요일 휴진이 “병원 측의 공식적인 정책이 아니며 정상적으로 진료를 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광대병원 관계자도 이날 한겨레에 “휴진은 비대위의 입장이고, 병원의 원칙은 정상 진료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몇달 전부터 예약된 진료 등이 (교수들의 휴진 결의로)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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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상급종합병원이 주 1회 수술과 외래 진료를 멈추는 것은 암환자들에게 죽음을 선고하고 투병 의지를 꺾는 것”이라며 “주 1회 진료 중단 발표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더욱이 응급의료 현장은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권역응급의료센터 43곳 가운데 중증응급질환(27개) 중 일부 질환에 대한 진료제한 메시지를 표출한 곳이 18곳이라고 밝혔다. 진료제한 메시지는 응급실 처치 뒤 후속 진료가 불가능한 것을 뜻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종합상황판에 표시된다. 전공의 집단행동 초기인 3월 첫째 주엔 진료제한 메시지가 10곳에서 떴는데, 같은 달 마지막 주엔 14곳으로 늘었다. 이후 13~16곳 수준에서 최근 더 늘어난 것이다. 전공의 이탈에 이은 의대 교수 진료 축소 등의 영향 탓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진료와 재난 대비·대응을 위한 거점 병원 역할을 한다.



다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최악의 의료 대란’ 상황까지는 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북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비대위 등에서 주 52시간 이내로 진료를 축소하겠다고 한 뒤에도 일선에서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미 교수들이 휴진 중인 충북대병원 관계자도 “교수들이 금요일에 잡혀 있던 외래 진료를 완전히 취소한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일로 옮기는 방식 등으로 주 1회 휴진에 참여 중”이라고 전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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