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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네이버가 키운 ‘라인’, 日에 뺏기나…정치권도 “과도한 조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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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프트뱅크, 네이버에 ‘라인야후’ 경영권 매각 촉구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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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네이버가 지난 13년 동안 키워낸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 경영권을 일본에 빼앗길 상황에 부닥쳤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라인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은 네이버에 대한 라인야후의 과도한 의존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 공동 경영권을 가진 소프트뱅크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서면서 위기가 고조된 모습이다. 라인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사업을 구상한 서비스다. 한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의 신화’로 불리기도 할 만큼,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 상징성이 크다.

25일 일본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중간지주회사인 ‘A홀딩스’ 주식 매각을 요청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한 라인야후의 실질적 모회사다.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선 약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해 일정한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며 “내달 9일 결산 발표를 분기점으로 삼아 협의를 서두르려 한다”라고 전했다.

소프트뱅크에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라는 일본 정부 압박은 작년에 라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단이었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제3자로부터 서버를 공격받아 라인 앱 이용자 정보 등 약 51만9000건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네이버와는 다른 업무 위탁처로부터 옛 라인 직원 정보 약 5만7000건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도 전했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 라인야후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을 높이는 취지의 경영 체제 개선을 지난달 요구했다. 이어 지난 16일 라인야후가 마련한 사고 재발 방지책이 불충분하다며 2차 행정지도를 통해 오는 7월1일까지 개선책을 제출하라고 했다.

글로벌 누적 이용자 10억명, 일본 내 이용자만 9600만명에 달하는 라인은 지난 2011년 네이버 일본 법인이었던 ‘NHN재팬’이 개발했다. 이후 지난 2019년 당시 야후재팬을 운영하던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을 결정하고 라인야후를 출범시켰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빅테크에 함께 맞서자는 것이 합병 명분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라인이 한국 기업인 네이버의 자회사라는 점이 일본 내 반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을 일부 희석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네이버가 A홀딩스 주식을 매각해 라인 경영권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면 일본을 포함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하는 아시아 시장을 잃게 된다. 네이버의 국내외 플랫폼 확장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치권도 목소리를 보탰다.

윤상현 의원(국민의힘)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기업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공동경영권을 가진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야후에서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납득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해킹 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가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보완조치나 벌금 등의 페널티가 아닌 지분정리까지 요구한 것은 지나친 압박”이라며 “시장경제와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산업협력을 해왔던 양국관계의 여정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일본 이용자 정보를 불법 활용한 것도 아닌데, 정보를 악용한 적대국의 기업에나 적용할 법한 과도한 조치로 압박에 나서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외교적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네이버 측은 “라인야후와 보안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재 확정된 내용이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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