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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총선 참패에도 ‘도로 친윤’ 원내대표설, 반성 없는 여권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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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조정훈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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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 뒤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친윤’ 의원들 중심으로 ‘윤핵관’ 이철규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은 다음달 3일 열린다. 이 의원 본인도 최근 여러 당선자 그룹을 잇따라 접촉하는가 하면, 25일 공개된 강원일보 인터뷰에선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 뛰는 사람보다는 당을 잘되게 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이 의원은 ‘윤핵관 4인방’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당내 요직을 섭렵하며 ‘윤심’을 관철시켜온 ‘찐윤’으로 통한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 당 사무총장을 물러나고도,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 노릇을 계속했다.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을 ‘윤석열당’으로 만들고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 소리를 듣게 한 책임이 가장 큰 인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참패로 끝난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의 무능과 불통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민심에 귀닫고 윤심에 맹종한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그 의미를 깊이 자성하고 뼈를 깎는 변화와 쇄신으로 답해야 마땅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당연히 용산과 당의 주종 관계를 끊고 윤심보다 민심을 바라보면서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책임있는 여당으로 탈바꿈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여당을 보면, 총선 참패 이후에도 여전히 윤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휘둘리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에 원조 친윤을 임명한 데 이어 여당 원내사령탑마저 찐윤으로 채우게 된다면, 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은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필요한 8석 안전판을 확보한 국민의힘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해 대통령 부부의 방탄 정당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도 여당도, 도대체 총선 참패에서 뭘 깨닫고 느꼈는지 의아하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민심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 전국적 참패 속에서도 보수 텃밭인 영남과 강원에서 친윤계가 다수 생환하면서 당내 수적 우위가 오히려 강화됐다는 역설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러라도 협소한 지역과 이념 기반에 대한 의존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이 앞으로도 소수당 신세를 벗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혹독한 심판을 받고서도 바뀌지 않는 대통령과 여당에 다시 신뢰를 보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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