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 비밀유지의무 위반?…"금지 조항, 고치려 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하이브와 어도어의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주주간 재협상' 과정이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양측의 재협상 과정에서 '겸업(혹은 경업)금지 조항'을 두고 각각의 의견 차이가 컸던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 "민희진 대표 주도 경영권 탈취 물증 확보"

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오후 3시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다.

앞서 지난 22일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의 경영권 탈취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확인을 위한 감사권을 발동했다. 이를 통해 하이브는 지난 23일 오후 6시까지 민 대표를 포함, 어도어 사내이사 3인과 L모 부대표를 대상으로 노트북을 포함한 회사 정보자산 반납을 요구하는 한편 감사질의서를 보내 회신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현 어도어 이사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 소집 및 민 대표의 사임도 요청했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도어 경영진들은 정보자산 및 감사답변서를 보냈지만, 민 대표의 경우 노트북 등 회사 정보자산은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정보자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영진의 자산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 및 물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이브에 따르면, 대면 조사와 제출된 정보자산 속 대화록을 분석한 중간 감사 결과 민 대표가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지시에 따라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으며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리티컬하게 어필하라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는 대화도 오갔다고 하이브 측은 설명했다.

◆민희진 대표 "지분 판매 제한은 올무·겸업금지도…"

하이브의 구체적인 정황 제시에 대해 민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찬탈 계획이나 의도도 없었고 실행한 적도 없다"며 "(친한 동료와 나눈) 사담을 진지하게 포장해 저를 매도한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 대표는 올 초 진행한 주주간 계약 재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 밝힌 입장을 종합해보면, 올 초 진행한 주주간 재협상 과정이 이번 사태의 주요 갈등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탈취 의혹의 키맨으로 분류되는 L모 부대표가 카카오톡으로 전한 회사 탈취 모의 정황도 주주간 재협상 과정에서 겪은 갈등이 있다 보니 푸념조로 얘기하다 나온 일종의 농담이라는 것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 이상한 주주간 계약을 맺었는데 저한테는 이게 올무"라며 "팔지 못하게 묶어둔 (내 지분) 18%로 경영권을 찬탈한다는데 그게 노예계약처럼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사안이 비밀유지의무 조항 때문인 지 현장에 동석한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숙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주주간 계약 재협상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던 것으로 안다"며 "그 과정에서 부대표(L씨)가 하도 답답하니까 카카오톡 내용도 나온 것이지 실제로는 가당키나 한 얘기이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수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주주간 계약 재협상 과정에서 부조리와 불합리함을 느끼고 있던 터에 아일릿(카피 정황)도 기폭제가 됐는데 이의제기를 하면 재협상이 안 될게 뻔해서 민 대표를 말리기도 했다"며 "다만 민 대표는 이걸(이의제기)하고 본인 일을 해야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변호진들은 기자회견 내내 민 대표가 비밀유지의무 조항 관련 발언을 하려할 때마다 제지했지만, '변수'는 마지막에서 터져나왔다. 이 변호사의 말을 끝으로 기자회견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민 대표가 비밀유지의무 중 하나로 보이는 조항에 대해 거론했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이 변호사의 말이 끝난 이후 곧바로 "(지난 주주간 재협상 과정에서) 겸업(혹은 경업)금지는 고치려 했다"며 "제가 영원히 (하이브의) 노예가 될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통상 대부분의 회사가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별도 약정서 등을 통해 겸업금지 조항을 도입하는데 이는 약정한 시간에 회사의 사전 승인없이 다른 업무 수행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겸업금지 조항이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직무성실도 ▲회사 명예 실추 등 회사의 판단에 따라 이를 징계사유로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급의 임원일 경우, 한 회사를 경영하는 자리인 만큼 겸업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다. 겸업금지 조항이 원칙상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계약 조건 중 하나인데 이를 상대방 동의없이 공개했다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법무법인 세종 변호인들이 기자회견 내내 민 대표를 노심초사하며 제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 대표의 발언이 경업금지 조항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업금지는 고용 계약 시 경쟁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회사에 따라 기간 혹은 직종의 차이가 있다. 이는 회사의 영업상 비밀, 전문 기술, 지식재산권(IP) 등의 유출을 최대한 막기 위한 제도로 활용된다. 하이브와 민 대표가 주주간 재협상 계약 과정에서 경업금지 조항으로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직종의 제한보다는 기간을 두고 이견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다만 겸업·경업금지 모두 비밀유지의무 사항이라면 상대방 동의없이 공개할 경우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현재 하이브가 자체 감사를 통해 확보한 물증을 바탕으로 민 대표에 대한 고소장(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제출하는 만큼, 비밀유지의무 위반은 민 대표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하이브는 민 대표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 재반박했다. 관련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하이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오늘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하이브는 모든 주장에 대해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는 대화 제의가 없었다거나 이메일 답변이 없었다는 등의 거짓말을 중단하고 요청드린대로 정보자산을 반납해 신속히 감사에 응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며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