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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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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포기할 수 있는 시장 같은 건 없다"...베이징 모터쇼서 돌파구 찾는 자동차 기업들 [놓칠 수 없는 중국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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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2024 오토 차이나' 개최
1,500여개 업체 참여
연간 2,500만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은 최대 시장이자 최대 생산 거점"
한국일보

25일(현지시간)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2024 오토 차이나'에서 현대차가 '아이오닉 5 N'과 '디 올 뉴 싼타페', '더 뉴 투싼'을 중국 시장에 공개하고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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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있는 시장 같은 건 없다. 하물며 중국 시장은 더욱더 그렇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


25일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센터 순이관. 4년 만에 열린 '2024 오토 차이나'(베이징 모터쇼)는 연간 판매량 2,500만 대를 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을 잡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했다. 특히 중국에서 팔리는 새 차 중 약 30%는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 등 '신에너지차'(친환경차)가 차지한다는 점이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국 자동차가 중국 내수 시장에서 주춤했지만 세계 최대 시장을 포기할 순 없다"며 "더구나 여전히 세계 각국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생산 거점이라 계속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기업들은 대중국 수출에 기대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무역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북미, 유럽, 아세안 등의 비중을 키우며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그러나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자동차, 정유화학,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IT) 등 국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요 업종의 중견 중소기업들은 당장 수출 비중 25%를 차지하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후로 정체 상태였던 중국 경제가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기업들은 중국의 끈을 놓는 대신 가뜩이나 치열해진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속에서 작은 기회라도 더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변방 취급 받던 베이징 모터쇼...어느덧 세계 자동차 시장 중심에

한국일보

2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센터 순이관 샤오미 전시관에서 수백 명의 취재진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모터쇼에선 샤오미와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에 대한 취재진의 관심이 특히 뜨거웠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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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디어데이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4일까지 열리는 베이징모터쇼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현대차, 기아,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도요타 등 전통의 강자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비야디(BYD), 샤오미, 지리 등 중국 업체까지 1,500개 넘는 완성차·부품 제조사가 참가했다.

축구장 면적 32개 규모(23만 ㎡)의 전시관은 각국에서 몰려온 취재진으로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비야디와 샤오미 부스에는 취재진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3월 자체 개발한 첫 전기차 'SU(쑤)7'을 선보인 샤오미는 불과 두 달 만에 7만 대를 팔아 치웠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들른 샤오미 부스엔 취재진 수백 명이 몰렸고 차량 내부 촬영을 위해 줄까지 서야 했다.

고성능차 앞세워 차별화로 승부 건 현대차그룹

한국일보

25일(현지시간)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2024 오토 차이나'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X 그란 베를리네타 콘셉트(왼쪽), GV60 마그마 콘셉트. 현대차·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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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자동차였던 한국산의 위세는 최근 수년 사이 한풀 꺾였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한때 10%를 넘었던 중국 내 한국 자동차 점유율은 지난해 1.6%로 추락했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독일·일본 완성차 업체에 밀렸고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업체에 추격을 허락한 탓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급 고성능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는 이번 오토쇼에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을 맨 앞에 꺼냈다. 제네시스는 럭셔리 대형 세단 G80의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또 럭셔리에 고성능을 더한 '제네시스 마그마'를 소개하고 이를 적용한 'G80 전동화 마그마 콘셉트'도 선보였다. 기아는 준중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5 롱레인지' 모델을 내세웠다.

오익균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부사장은 이날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2025~2027년 차례대로 제품을 선보이면서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시장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현대차 부스에서 만난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 기자 정모씨는 "한국 차가 지금의 성능에 저가 전략을 더한다면 중국에서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중국 기자 장모씨는 "최근 급성장한 중국 브랜드가 한국 차 등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며 한국 자동차의 반등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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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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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업체를 공략하기 위한 국내 부품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이날 처음으로 베이징모터쇼에 참가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으로 부스를 구성하고 중국 기업 관계자들을 맞았다. 현대모비스도 가변형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 14종을 선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업체를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 노력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번 모터쇼에서 44개 모델을 전시했다. 폭스바겐 자동차는 2008년 이후 15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였지만 지난해 BYD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아우디는 전기 SUV 'Q6 e-트론 롱 휠베이스' 모델을 전 세계에서 처음 공개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번 행사에서 프리미엄 모델 G클래스의 전동화 모델 '디 올 뉴 메르세데스-벤츠 G580'을 처음 선보였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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