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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쉬는 시간도 안돼”…뉴질랜드, 초·중·고 휴대폰 사용 전면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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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점심시간 포함 학교서 휴대전화 사용 전면금지

뉴질랜드 총리 “학업 방해 요소 줄여야 할 때”

일각선 과도한 권리침해 우려 목소리

뉴질랜드 모든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앞으로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정부가 학업 방해 요소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휴대전화 사용 금지 정책을 실시한 탓이다.

30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헤럴드 등 보도를 보면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29일 시작된 2024학년도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 정책을 시행했다. 학생들은 등교하면서 휴대전화를 끄고 가방 속에 넣어 두거나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된다.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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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자녀에게 연락해야 할 일이 생기면 학교 사무실을 통해 연락해야 한다. 다만 학생에게 장애가 있거나 특정 교육을 위해 휴대전화가 필요한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휴대전화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 휴대전화 사용 금지 규정을 어길 경우 학생에게 내리는 제재 역시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는 여당인 국민당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내놨던 공약이며,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가 취임 후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우선순위 정책으로 꼽혔다. 럭슨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행복한 학교 내 휴대전화 금지의 날”이라며 “전국 모든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아이들이 배우고 성취할 수 있도록 방해 요소를 줄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교육연구단체 에듀케이션 허브는 보고서를 통해 뉴질랜드 15세 아동의 3분의 1 이상이 읽기와 쓰기가 안 되는 '문해력 위기' 수준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교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면 수업 집중도가 올라가 학업 성취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리카 스탠포드 교육부 장관은 휴대전화 사용 금지 정책을 미리 도입한 학교들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왔다며 “정부가 전국적으로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령을 결정한 것은 모든 학교가 산만하지 않은 양질의 교육을 동일하게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학교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와이라라파 칼리지(고등학교)의 매트 화이트 교장은 라디오 뉴질랜드(RNZ) 방송과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휴대전화 금지령을 시행하면서 이런 모습이 사라졌고, 교직원과 학부모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파파모아 칼리지(고등학교) 이바 로파티 교장은 해당 정책에 대해 “도를 넘어섰다”며 “이사회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을 중앙 정부가 나서서 불필요하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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