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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민간 넘긴다고 좋은 거 아냐”라던 여당, ‘채 상병 사건’은 “경찰이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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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해 9월1일 항명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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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안’ 처리 방침을 밝히자 국민의힘은 수사 외압의 실체 자체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021년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개입은 적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군사법원법 개정 과정에서 법 개정에 반대하면서 “군이 사망사건 등을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일 경향신문이 2021년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봤더니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군사법원법 개정에 반대했다.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 사건에 대한 군내 수사과정에서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더불어민주당이 성폭력과 사망사건 등을 군이 아니라 민간기관인 경찰이 수사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던 터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8월2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제도를 이렇게 운영하는 것은 저는 정말 반대”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군 수사기관이 군 의문사고나 성범죄 수사를 잘못했으면 그 수사를 잘못한 수사관들을 엄히 처벌하고 제도개선과 교육을 통해서 잘 하도록 만들어야지, 그것을 못한다고 여기다 맡기고 저기다 맡기고 이게 무슨 통일성을 기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수사 자체를 범죄 종류에 따라서 여기서 하고 저기서 하고, 이것은 안 맞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로 사망사건 등의 수사권을 넘기지 말고 기존대로 군에서 제대로 수사하는 게 맞다는 취지다. 같은 당 윤한홍 의원도 “민간에 다 넘긴다고 좋은 게 아니다. 국방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되는 것”이라며 “기본권 보호는 강화될 수 있어도 국방력이 약화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답변에서 “수사·기소·재판이 (민간기관에) 이관되더라도 그 내에서 지휘관이 해야 될 역할들이 있고, 수사할 때 군사경찰이 해줘야 할 역할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세세하게 살피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은 같은 날 법사위 소위에서 “수사와 신고, 피해자 보호 과정에서 발생한 이 모든 게 원인이 됐는데 우리가 이 법안(군사법원법 개정안)을 하는 것은 전혀 관계없는 분야를 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군사법원법 개정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최근 채 상병 사건에서는 180도로 입장이 바뀌었다. 유 의원은 최근 SBS 방송 등에 나와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를 들면서 채 상병 특검법안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채 상병 사건 같은 경우에는 군 경찰이 수사권이 아예 없다”면서 “일반 법원에 관할권이 있기 때문에 일반 경찰에 수사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 경찰이 수사권 없이 한 행위가 수사라는 아주 모순된 주장을 하면서 외압 주장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논의 당시 반대했던 법 내용을 특검 반대론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사단장 포함 8명을 혐의자로 적용한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가 막혔는데, 국방부 측은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에 따라 이첩을 보류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사법원법 개정의 취지가 무엇인지는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군사법원법 취지를 왜곡해 해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 상병 사건 발생 당시 해병대 1사단 제7포병대대장이었던 이모 중령의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국민의힘 주장을 공개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 군사경찰에는 독자적인 ‘변사자 조사권’이 있고, 사망원인에 범죄혐의가 있으면 경찰에 이첩을 해야한다”며 “(이첩을 위한) 인지통보서 양식에 피의자·범죄사실 등이 있기 때문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그 내용을 작성해서 지체없이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범죄혐의가 있던 채 상병 사건은) 박 전 수사단장에게 수사권이 없으므로 당연히 국방부 장관의 최종적인 지휘·감독권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전 장관 등이) 오히려 지휘·감독권이 없으면서 이첩을 보류시킨 것이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 [단독] ‘채 상병 사건’ 수사단에 ‘혐의자 특정말라’던 법무관리관실, 조사본부엔 ‘2명 특정’
https://www.khan.co.kr/politics/president/article/202403250600141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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