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출산땐 1억’ 부영 모델, 국민 63%가 찬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권익위, 설문조사 결과 공개

조선일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2월 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자녀를 출산한 직원 가족에게 출산 장려금 1억원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녀를 출산한 국민에게 정부가 현금 1억원을 주는 정책에 대해 국민 6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 번에 거액을 직접 지원하는 이른바 ‘부영 모델’이 저출생 극복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저출생 대응은 출산·양육과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의 일부를 보조해주거나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간접 지원’ 방식이 대부분이다. 제도가 복잡하고 수혜 대상이 좁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여론 수렴 웹사이트인 ‘국민생각함’에서 출산·양육 지원금으로 1억원을 주는 방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해 1일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 1만3640명이 응답한 조사에서 ‘정부가 1억원의 파격적인 현금을 직접 지원해 준다면 아이를 낳는 동기 부여가 되겠느냐’라는 물음에 62.6%(8536명)가 ‘동기 부여가 된다’고 답했다.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37.4%(5104명)였다.

찬성한 응답자들은 기존의 저출생 정책의 체감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민생각함에 자신을 5세 아이 아빠라고 소개한 한 응답자는 “여러 정책이 많지만 출산하면 100% 다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은 출산휴가·육아휴직을 거의 못 쓴다고 봐야 한다”며 “나라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주거에 투자할 수 있고, 그래야 부모들이 출산할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가 작년 11월 2년 내 임신·출산한 가구에 공공·민간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는 ‘신생아 특공’을 발표한 뒤 주요 난임센터의 시험관 아기 시술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정책은 요건이 까다롭고, 자주 바뀐다는 비판도 나왔다. 수차례 난임 시술 끝에 40대에 두 아이를 얻었다는 한 응답자는 “행정복지센터에 여러 번 지원을 신청했지만 ‘같이 사는 부모님 재산 때문에 안 된다’ ‘7년 된 중형차가 있어 위기 가구가 아니다’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했다. 삼남매 엄마라고 소개한 한 응답자는 “2022년 아이를 출산하고 충북도에 출산수당을 신청했는데, 그해 출산수당 지원이 없어졌다”며 “그런데 2023년 출산지원금이 다시 살아났다. 2022년에 태어난 아이는 충북도민이 아닌가”라고 했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에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380조원을 썼지만, 출산율 하락 추세를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지난달부터 기존 저출생 대응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저출생 대응 부처에 권고할 개선 방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부영그룹이 출산한 직원들에게 지원금 1억원씩을 지급하자 지원금 전액을 비과세 처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낳을 때 500만원, 학교 들어갈 때 또 얼마를 지원한다, 그렇게 해서는 받는 사람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며 “1억원이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지원을 할 때는 공급자 입장이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는 23만명으로, 매년 이와 비슷한 수의 아기가 태어날 경우 ‘1억원 지급’ 정책에는 연 23조원이 필요하다. ‘국가가 이 정도 재정을 투입해도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 63.6%(8674명)가 ‘그렇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부담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낸 응답자는 36.4%(4966명)였다.

다만 ‘1억원 지급’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지역 소멸 대응 등 다른 유사 목적에 사용되는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비슷하게 나왔다. 51.0%는 ‘유사 목적 사업의 예산을 현금 지원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며 찬성했지만, 49.0%는 ‘타 사업 예산은 원래 목적대로 집행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1억원 지급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다른 지원 예산의 삭감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김태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