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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미, 대학생 반전 운동에 경찰 투입…반유대주의 규제 입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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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일 미국 뉴욕 포덤대에서 학생들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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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미국 대학생들 시위에 대한 진압이 컬럼비아대 점거 농성을 전후로 더욱 강경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까지 규제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는 등 반전 운동에 대한 기성세력의 ‘반격’이 다방면에서 진행되는 모습이다.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청장은 1일, 전날 밤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에서 체포한 이들이 28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컬럼비아대에서는 천막 농성을 하던 학생들 중 일부가 새벽에 교내 건물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가 당일 경찰에 진압당했다.



저항과 진압은 1일에도 이어졌다. 뉴욕 경찰은 포덤대에서 천막 농성을 하던 16명을 체포했다. 댈러스 텍사스대에서도 17명, 애리조나대에서도 여러명이 경찰에 붙잡혀갔다. 로버트 로빈스 애리조나대 총장은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고무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컬럼비아대에서 108명이 체포된 이래 미국 전역의 대학들에서 체포된 이들은 1400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하원은 이날 대학 사회에서 분출하는 반유대주의 단속을 강화하겠다며 ‘반유대주의 인식 법안’을 찬성 320표 대 반대 91표로 통과시켰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마이클 롤러 공화당 의원은 “캠퍼스의 반유대주의 척결을 거부하는 학교 관리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단을 교육부에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반유대주의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 대학에 연방정부 예산 지원을 끊을 수 있는 권한을 교육부에 주는 게 내용이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반유대주의를 규정하는 이 법안은 유대인 차별과 혐오라는 전통적 반유대주의뿐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비판마저도 금기로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가령 이스라엘에 대해 “다른 민주 국가들에는 요구되거나 기대되지 않는” 이중 기준을 적용해 비판하거나 “이스라엘의 정책을 나치에 비유”하는 발언도 제재 대상이다.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들의 봉기)를 거론하는 것도 반유대주의로 규정하는 등, 이스라엘의 정책과 행동에 대한 비판에 광범위하게 반유대주의 낙인을 찍을 수 있게 된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와 관련해 2일 성명을 내어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으로 집회를 할 권리는 사회 운영의 기본이며 특히 팔레스타인 내 분쟁처럼 주요 사안에 대한 첨예한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더욱 보호할 가치가 있다”며 “미국 내 대학 캠퍼스에서 시위를 해산하기 위해 취해진 일련의 강경 조치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 하원의 반유대주의 인식 법안 처리는 최근 대학이 가자지구 전쟁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는 등 이스라엘 압박에 동참하자는 학생들 요구에 답하지는 않고 이를 반유대주의로 몰아가는 흐름과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 정치권, 대학 당국, 경찰은 “외부 선동가들”이 농성에 끼어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학생들의 ‘정당성’에 대한 흠집 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경찰 출신인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컬럼비아대 캠퍼스에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천막 농성 학생들을 급습한 친이스라엘 그룹은 강경 대응 분위기에 고무돼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공격은 컬럼비아대 진압 몇시간 뒤에 이뤄졌다. 15명이 다친 이 충돌에 대해 이 학교의 진 블록 학장은 “천막 농성을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 학생과 교수 등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이런 공격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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