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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7만5천년 전 네안데르탈인 여성 얼굴…뼛조각 200개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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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한 두개골 조각을 바탕으로 복원한 7만5천년 전 40대 네안데르탈인 여성의 얼굴. 케임브리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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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5천년 전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여성의 얼굴이 복원됐다.



2018년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의 샤니다르동굴 유적에서 발굴한 상체와 두개골 화석을 토대로 복원된 이 얼굴의 주인공은 40대 네안데르탈인 여성으로 추정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샤니다르 제트(Z)’로 명명한 이 네안데르탈인 여성의 두개골 조각 200여 개를 9개월에 걸쳐 조립해 얼굴을 완성했다. 맞춘 조각을 토대로 머리 전체를 3D 프린팅 한 뒤 근육과 피부를 씌워 복원 작업을 마무리했다.



발굴 당시 이 여성은 왼손을 머리 아래쪽으로 구부린 채 머리 뒤에 작은 쿠션 같은 돌을 놓고 옆으로 누운 자세였다. 또 두개골은 두께가 2cm로 납작하게 뭉그러진 상태였는데, 연구진은 사망 직후 떨어진 돌에 맞아 눌린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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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200여개의 조각을 맞춰 완성한 샤니다르 Z의 두개골. 케임브리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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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 비해 얼굴 크고 눈썹 능선 두드러져





이번 연구를 이끈 엠마 포머로이 박사는 “뼛조각은 차에 둥둥 떠 있는 비스킷 조각과 같아서 복원 과정은 매우 아슬아슬한 입체 직소 퍼즐을 조립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복원 과정은 3일 공개된 비비시 제작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네안데르탈인의 비밀’에도 소개됐다.



샤니다르 Z의 얼굴은 약 1.5m로 추정되는 키에 비해 다소 큰 편으로, 눈썹 뼈가 튀어나온 것이 특징이다. 포머로이 박사는 “눈썹 능선이 크고 광대뼈와 코가 더 튀어나와 있고 아래턱이 없다시피한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은 지금의 인간과는 큰 차이가 난다”며 “그러나 재현된 얼굴을 보면 그 차이가 실제로 크게 두드러지게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샤니다르 Z의 성별은 치아 법랑질 단백질 분석을 통해 알아냈으며, 나이는 치아 마모 정도를 통해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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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당시 샤니다르 Z의 자세. 케임브리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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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샤니다르동굴은 1950~1960년대에 10구의 네안데르탈인 유골이 발굴된 주요 유적지다. 유골 가운데 하나는 꽃가루에 둘러싸여 있어, 한때 네안데르탈인이 꽃을 이용해 장례의식을 치렀던 증거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연구에서 꽃가루는 벌이 동굴 바닥을 드나들면서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동굴에서는 또 탄화된 씨앗과 견과류, 풀 조각 등이 발견돼 네안데르탈인이 불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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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자그로스산맥의 샤니다르동굴 입구. 네안데르탈인 유골 화석 10구가 발견된 유적지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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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다르 Z는 이 지역에서 50년 만에 발굴된 유골이다. 이번에 발굴된 것은 상체와 두개골인데, 하반신은 1960년대에 발굴된 유골에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안데르탈인은 40만년 전 등장해 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살다 멸종했다. 멸종 시기는 4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일정 기간 공존하면서 이종교배를 통해 현대인에게도 일부 유전자를 남겼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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