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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151명 증원? 2조4000억원만 주면 됩니다”… 의대 교수들 비판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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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가 아니라 ‘된다’는 쪽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의대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병원을 4배로 지으면 됩니다. 우리 병원에 2조4000억원만 주면 됩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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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환 충북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29일 충북대학교 대학본부 1층 로비에서 의대 증원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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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대로 증원할 경우 충북대 의대 정원은 기존 49명에서 151명이 늘어난 200명이 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학교별 재량에 맡겨진 증원분 조정에 따라 충북대는 최종 증원인원으로 125명을 제출한 상태다.

배 교수는 “소규모 학습·실습이라는 의대 교육 특성과 우리 실습실 현황을 고려하면 한 층당 30억원씩 120억원을 들여 4층 건물의 공간을 전부 바꾸면 된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원점 재논의가 정부와의 대화의 필수조건인데, 증원이 중단된다 해도 전공의·의대생들의 100% 복귀는 난망이다”라면서 “(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년에 의사와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텐데 대학병원은 무너질 것이고 국민들이 체감하게 되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수들의 휴진을 두고는 “환자를 많이 보는 교수들은 일주일이면 250명씩 예약이 잡혀있는데, 통상 4개월 단위로 예약이 돌아가기 때문에 교수 1명당 환자가 3000명을 넘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교수들이 단번에 외래진료를 끊어버리겠다고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일제히 증원 등 정부 의료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재차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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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4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강당에서 전의교협 주최로 열린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를 종료한 뒤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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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축사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절대로 필수·지역의료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역시 의료 현장과 교육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대 증원은 모든 교육 기반을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것으로, 당장의 증원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며 “(증원하더라도) 의사 수급 관련 협의체를 만들어 과학적 의사 수급 모델을 연구해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세미나 후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공정하고 과학적이며 수없이 많은 의료 전문가가 검토하고 만들었다는 수천장의 자료와 회의록을 사법부에 제출하고 명명백백히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의료계가 낸 의과대학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이달 중순까지 결론을 내겠다며 정부에 2000명 증원에 대한 현장실사 등 조사 자료, 회의록 등을 제출할 것과 재판부의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모든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전의교협은 증원 관련 근거 자료가 공개되면 의학회 등과 연계해 국내외 전문가 30∼50명을 모아 정부 자료를 분석한 뒤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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