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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한은, 11연속 금리 동결 외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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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상향조정했다. 수출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소비도 예상보다 빨리 회복돼서다. 그러나 경기 호조가 물가 상승에 미칠 영향 우려 등을 고려해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당분간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도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금리 인하가 내년으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일보는 24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실질소득이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으며 명목소득이 소폭 증가했지만, 물가가 더 크게 올라 가계살림을 쪼그라들게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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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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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또 기준금리 동결…GDP는↑

한국은행은 23일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 2월 전망했던 2.1%(전 분기 대비)에서 2.5%로 0.4%포인트 올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성장률 상승의 기저효과 등으로 2.1%로 기존(2.3%)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올해 성장률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1분기 성장률(1.3%)을 바탕으로 재추산한 결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종의 호황과 미국의 경기 호조로 순수출(수출-수입)이 0.3%포인트, 민간 소비 등 내수가 0.1%포인트 각각 끌어올렸다는 것이 한은 설명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온화한 겨울 날씨와 반도체 설비투자 지연 등으로 1분기 에너지·반도체 설비 수입이 줄면서 순수출이 증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성장 전망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대외 부문에서 4분의 3을 놓쳤다”면서 “수출이 (생각보다) 좋았고 날씨 탓에 에너지 수입이 감소했는데 통관자료가 다 들어오지 않는다. 내수도 휴대폰 출시가 앞당겨지고 정부 이전지출이 늘어나 소비에 영향을 준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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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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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올해 소비자물가 예상치(2.6%)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상향이 물가 영향이 크지 않은 순수출 증가에 상당 부분 기인했고, 정부의 물가정책을 통해 상쇄되는 부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2.6%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며 “다만 소수점 둘째 자리에선 상당 부분 올랐다. 하반기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3%에서 2.4%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경기 호조 속에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만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것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2.3%, 2.4%로 내려가는 추세가 되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도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4월에 비해 훨씬 더 커졌다. 큰 차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앞으로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목표 수준(2%)에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 연준의 위원들도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지연을 시사했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4월30일∼5월1일 개최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1분기 실망스러운 물가 지표와 미 경제의 강한 모멘텀을 가리키는 지표에 주목하면서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적으로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의 시간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여러 위원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 긴축을 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준이 빠르면 7월, 한은은 10월이나 11월 기준금리를 낮추며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준과 금통위 모두 강한 경제 성장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일각에서는 첫 금리 인하가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 그룹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보스턴칼리지가 주최한 행사에서 “아직 금리 인하에 나서도록 하는 지표를 보지 못했다”면서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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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가구 월평균 소득 512만원…근로소득은 감소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가구(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 늘었다. 이로써 가계소득은 3분기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직전 분기(3.9%)보다 크게 둔화했다.

소득 부문별로 보면 근로소득(329만1000원)은 1.1% 감소했다. 지난해 대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올해 상여금 감소 영향으로 2021년 1분기(-1.3%)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사업소득(87만5000원)은 임대소득 증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농업소득 증대 등 영향으로 8.9% 늘었다. 이전소득(81만8000원)도 국민·기초연금 수급액 인상, 부모급여 확대 등으로 5.8% 증가했다.

명목소득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줄었다. 1분기 기준 2021년(-1.0%)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2017년 1분기(-2.5%)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명목소득과 마찬가지로 실질 근로소득(-3.9%)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실질 근로소득은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고물가는 가구 소비지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80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3% 늘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지출 증가율은 0%에 그쳤다. 1분기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7.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항목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평균 40만40000원으로 7.2%(2만7000원) 늘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2021년(7.3%)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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