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보령 "우주의학시대 개막"… 새 ISS서 실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서 긴 항해를 하는 인간들은 괴혈병에 시달렸고, 비타민C가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수백 년이 걸렸다. 우리는 우주시대에도 이런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부터 우주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국내 대표 제약사 보령의 김정균 대표가 향후 우주시대에 인간 신체에 대한 연구를 선제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에 나가서 머무르는 인간이 점차 늘어날 것이고, 우주에서 인간 신체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민간 우주정거장 기업인 액시엄스페이스와 손잡았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김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우주혁신과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보령이 우주산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현재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1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10~15년간 10억달러에서 100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투자한다"며 "반면 우주에서의 인간에 대한 데이터는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주에 간 우주인 숫자는 650여 명이며, 가장 오래 머문 기간도 467일에 불과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관련 예산도 1억4300만달러 정도밖에 안된다.

김 대표는 15세기 이후 신세계로 나간 인류에게 생긴 일이 우주 대항해시대 인간에게도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레몬이 괴혈병을 해결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영국 해군은 전 세계 레몬의 60%를 구매하게 됐다"며 "지금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인 화이자는 비타민C 생산으로 만든 자본으로 2차 대전 중 미국 정부가 원하는 페니실린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인류는 질병과 같은 신체 문제를 경험하게 되고,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보령과 같은 제약기업에 기회가 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보령은 휴먼인스페이스(Human in Spac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이 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그다음으로 우주 연구개발(R&D) 인프라스트럭처를 우주정거장뿐만 아니라 달 표면에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김승호 보령제약 창업주의 손자다. 김 대표는 기자와 만나 "더 많은 기업이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보령은 미국 액시엄스페이스와 국내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BRAX SPACE)'를 공식 출범했다. 김 대표는 "우주 공간 내에서 이뤄지는 헬스케어 관련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상태를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앞서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인 마이크로퀸은 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통해 난소암과 유방암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의학계는 난소암 유방암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후보물질로 단백질 TMBIM을 주목했다. 하지만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결정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세중력하에서는 결정화에 어려움이 없다 보니 개발 시간을 8년 앞당겼다는 게 마이크로퀸 측 설명이다.

이날 행사에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이며 현재도 이사로 있는 유명 투자자인 스티브 저벳슨 퓨처벤처스 공동창업자와 여러 실리콘밸리 투자자가 참여했다.

보령이 투자하고 김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한 액시엄스페이스의 캄 가파리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투자회사들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지난 2월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착륙선 '오디세우스'를 만든 인튜이티브머신스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가파리안 회장은 "액시엄스페이스는 세계 최초의 상업적인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려고 한다"며 "2026년에 모듈을 우주로 보내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페이스X에 태워 민간 우주인을 세 차례 ISS로 보냈다"며 "보령과도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액시엄은 NASA의 차세대 달 우주복을 프라다와 함께 만든다.

이번 콘퍼런스는 스탠퍼드혁신과디자인연구소(SCIDR)가 주최했다. 김소형 SCIDR 소장은 "SCIDR은 디자인 싱킹과 공학으로 혁신을 만드는 연구소"라며 "행사에서 우주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