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뚫고 러시아와 신밀월관계 구축
석유·식량 제공 받고 미사일 실전 시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정한 승자가 북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여년에 걸친 국제사회의 제재를 뚫고 서방국가들로부터 부품을 들여와 만든 미사일을 러시아에 공급하며 신 밀월 관계 정립에 나섰다는 평가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제 미사일을 분석한 결과에서 북한이 제재를 회피해 미국·유럽산 부품을 불법적으로 조달하고 몇개월 만에 미사일을 만들어 최전선의 러시아군에 보내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는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화성-11형 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당시 발표된 분석 결과와 뒤이어 보도된 상세 보고서에는 미사일 내 전자부품 대부분이 최근 수년 이내에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품 가운데에는 지난해 3월 제조된 미국 반도체도 포함돼있었다.
미사일 잔해에서는 또한 북한의 연도 표기 방식으로 2023년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112’라는 숫자도 발견됐다. BBC는 “이는 북한이 불법적으로 조달한 핵심 부품을 국내로 몰래 들여와 미사일을 조립하고, 이를 러시아로 비밀리에 운송하며, 해당 미사일이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로 쏘아지기까지 모든 과정이 불과 몇 달 만에 이뤄졌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또한 “김정은이 핵전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최근 돌고 있지만, 더 즉각적인 위협은 현재의 전쟁에 기름을 끼얹고 세계의 불안을 키우는 북한의 (무기 제조)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미언 스플리터스 CAR 부소장은 “거의 20년 동안 혹독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여전히 무기 제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단한 속도로 손에 넣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고 말했다. 스플리터스 부소장은 경험상 북한이 홍콩이나 중앙아시아 국가에 유령회사를 세워 이를 통해 무기 부품을 조달하고 중국과의 국경을 거쳐 북한으로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북한 전문가 조지프 번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유럽 땅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에 사용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들 포탄과 로켓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것들”이라며 “우리는 유엔의 대북 제재가 무너져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자국산 무기를 공급하는 대가로 석유와 식량을 제공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거래는 북한의 경제는 물론 군사력도 증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원료나 전투기 등 군사 장비를 제공받을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 핵무기 진전을 위한 기술을 지원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번 연구원은 “여기서 진정한 승자는 북한”이라며 “그들은 중요한 방식으로 러시아를 도왔고 이는 큰 영향력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한 자국의 최신 미사일을 실전에서 시험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실전 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미사일 성능도 더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전쟁이 북한에 다른 나라로 무기를 수출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루이스 박사는 북한이 이 무기들을 대량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나라에 팔고 싶어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또한 러시아가 북한제 무기를 잘 활용하고 있는 데다 다른 국가들에 대북 제재를 어겨도 괜찮다는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북한이 중국·러시아·이란 등 미국과 반목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주요 미사일 공급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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