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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사설]임기 한 달도 안 남기고 “배우러 간다”며 외유 떠난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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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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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의 막판 외유성 출장이 줄을 잇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5월 중 확정된 해외 출장만 8건이다. 대부분 조사·연구나 의원외교가 목적이라는데,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의원들이 뭘 배우고 무슨 의원외교를 한다는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출장자 명단엔 낙선·낙천 의원들이 여럿 이름을 올린 경우도 있다. “말년 휴가” “마지막 배려” 등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은 8일부터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한다. 유럽의 연금제도 현황을 파악하고 현지에서 합의를 시도해 볼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 연금제도 현황을 몰라서 연금개혁 합의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건가. 그렇잖아도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가 최근 내놓은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에 대해 ‘개악’ 논란이 큰 상황에서 특위 활동 시한 종료를 코앞에 두고 해외에 나가면 답이 나오나.

새로운미래 설훈 의원과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등 3명이 9일부터 탄자니아를 방문하는 것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이들 중 2명은 낙선자다. 당초 이들은 한-아프리카 보건의료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강화하겠다며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마다가스카르를 포함한 출장 계획서를 올렸지만 국회사무처가 마다가스카르 일정은 제외를 권고해 탄자니아만 방문하는 것으로 축소됐다고 한다. 애초 임기가 끝나기 전 평소 가기 힘든 나라를 가보자는 식의 발상 아니었나.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4명과 국민의힘 2명 등 6명의 의원도 우즈베키스탄과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의원외교 차원이라고 하지만 어떤 시급한 현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막판 출장 신청이 쇄도하자 국회사무처가 “방문 목적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퇴짜를 놓은 경우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어떤 비교섭단체 의원은 5월에만 3건의 해외 출장에 이름을 올렸다가 국회사무처 지적에 따라 제외된 사례도 있다. 각종 민생 법안 처리는 팽개친 채 막 내리는 21대 국회의 또 다른 볼썽사나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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