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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에듀플러스]진로·진학 Q&A, “공부하기 싫어요. 공부 안 해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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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신호현 배화여중 교사.


에듀플러스는 현직 중·고등학교 진로 교사가 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을 중심으로 진로·진학 상담을 연재합니다. 학생의 질문에 현직 교사가 대답하는 Q&A 형식으로, 어려운 진로·진학 고민을 쉽게 풀어드립니다. 진로·진학 고민거리가 있다면, 에듀플러스 이메일(running@etnews.com)으로 보내주세요.

Q : 선생님! 공부하기 싫어요. 도대체 공부하는 이유가 뭐예요?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은 매일 공부하라고 공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냥 하기 싫어요. 공부 안 해도 되죠?

A : 에고 학생은 공부를 왜 하는지 그 이유를 묻고 있군요. 공부가 하기 싫다는 말이군요. 공부를 안 하고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군요. 그래요. 공부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답니다. 공부 안 해도 인생을 사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 그냥 몸이 요구하는 대로 편하게 살면 되죠. 공부하려면 노는 것도 줄여야 하고 잠자는 것도 줄여야 하고 먹는 것도 조절해야 하죠.

혹시 학생은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 읽어 봤어요? 호랑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가 삶의 고민을 통해 나비가 되는 과정을 쓴 소설입니다. 선생님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에게 '꼭 읽어 보라' 권하는 인생에 아주 소중한 책이랍니다.

첫 부분을 살짝 소개하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밝고 환한 세상을 아주 좋아하죠. 어둠 속에 갇혀 있었으니 알을 깨는 환희가 대단했을 거예요. 조그마한 애벌레가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놀다가 배고프면 나뭇잎을 갉아 먹고 또 옆에 있는 나뭇잎을 갉아 먹다가 문득 생각하죠. '인생은 그냥 먹고 자고 싸는 것 이상의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애벌레는 나무를 내려옵니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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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학생은 그냥 먹고 자고 싸다가 배고프면 나뭇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의 삶을 계속 살고 싶어요. 아니면 애벌레가 살기에는 매우 위험한 나무 아래의 세상으로 내려와서 다른 풀벌레도 만나고 자신보다 열배 백배 큰 동물들도 만나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볼래요? 왠지 그냥 먹고 자고 싸는 본능에 충실한 삶은 그대로 벌레 같은 삶일 뿐 뭔가 자신만의 선택으로 세상을 신나게 살아보고 싶지 않을까요?

애벌레가 살다 지나간 자리는 똥밖에 남는 것이 없어요. 그러나 나비가 지나간 자리는 인생의 꿀을 빨며 사는 즐거운 인생 뒤에는 꽃가루가 떨어져 꽃들이 열매를 맺도록 도움을 주는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죠.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이유를 물으면 “대학 가려고요.”, “취업하려고요.”, “잘 먹고 잘살려고요.” 학생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로 대답해요. 그러면 반대로 '대학 안 가고 싶어요?', '취업 안 하고 싶어요?', '잘 먹고 잘살고 싶지 않아요?'라고 묻고 싶지만 '대학에 가서 보다 폭넓은 공부를 해서 취업을 하면 남들에게 베풀면서 돈도 벌고 그래야 이웃과 더불어 잘 먹고 잘사는 것이에요.'

땅을 기어 다니던 애벌레가 날개를 달고 세상을 날기 위해서는 고치에 들어가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하듯 세상을 날기 위한 날개를 달아보고 싶지 않아요? 우리의 몸은 매일매일 성장하는데 날개도 없이 비대해진 몸뚱이로 땅을 기어 다니겠어요? 이 세상은 저마다 꽃들이 만발하게 피었으니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맘껏 나는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지 않으세요?

공부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머리 쓰기 싫으면 몸뚱이로 살면 됩니다. 남들이 원하는 직업 다 갖고 남은 것을 내가 가지면 되죠.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있고 내다보지 못해 아름다운 꽃을 보지 못하고 바닥을 기어 다니는 애벌레도 많으니까요.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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