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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in-터뷰] "의료농단 사태 가장 큰 피해자는 젊은 의사들과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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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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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황규석 제36대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지난 3월 30일 서울시의사회 제78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163표 중 99표를 획득하면서 당선됐다. 황규석 회장은 후보 시절 의사회원의 권익 보호와 서울시민의 건강증진 등 의료현안에 대한 해법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의사의 가치와 국민의 신뢰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에 많은 무게를 뒀다. 그는 당선사에서 "국민에게 다시 신뢰받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마음으로 국민을 치료하고 국민을 대하는 것이다.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실행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회장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의료계는 의대정원 증원을 비롯해 필수·의료의 붕괴 등 굵직한 현안과 마주하고 있다. 전공의 및 교수의 사직과 이로 인한 일부 의료공백으로 의료계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차가운 것이 사실이고, 의정 갈등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시도의사회의 맏형 격인 서울시의사회의 행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협출입기자단은 지난 8일 서울시의회관에서 황규석 회장을 만나 향후 회무 방향과 현재 의료 현안에 관한 해법을 들어봤다.

- 의료계가 엄중한 시기에 서울시의사회 제36대 회장에 취임했다. 후보 시절부터 국민의 신뢰를 많이 강조했다.

= 의사들이 국민의 존경과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근 의료를 이야기하면 항상 투쟁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고 있다. 국민에게 다가가고 함께하는 서울시의사회가 되자고 집행부에 당부했다. 회원을 위해 의료계를 위한 회무를 적극 펼치면서도 국민에게 멀어지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존중받는 의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의료농단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젊은 의사들과 국민이다. 특히, 궁극적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젊은 의사들의 상처를 보듬고, 국민의 따뜻한 시선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경선 끝에 서울시의사회 회장에 당선됐다. 당선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사실 아주 적은 표차로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표 결과에서 보인 많은 표차를 보고 놀랐고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후보 시절 연설을 하면서 대의원 163명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준비된 원고가 아닌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진심을 담아 말할 때, 대의원들도 내 눈을 바라보면서 기대하고 있고 막중한 책임을 주고 싶어하는 것을 그 때 느꼈다. 머리로 생각한 글이 아닌 진심을 전할 수 있었기에 대의원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선 소감에서도 마음으로 일하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 서울시의사회관 신사옥 신축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지난 3월 30일 회장선거가 있었고, 4월 2일 서울시청에서 시장과 40분 가량 간담회를 진행했다. 원래 공약에는 현재 서울시의사회관과 인근 공원을 교환하고, 5층 규모의 주민을 위한 시설 건립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시민에게 필요한 공원만 조성하면 된다고 답변했다. 서울시의사회로서는 획기적인 답변이다. 주민 시설을 건립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사회 역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좋은 기회이다.

현재 서울시의사회는 전적으로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데 신축회관 건립 후 10년이 지나면 1년에 회비 수입 이상의 임대 수익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주차장도 넓기 때문에 다른 건물은 15층까지만 지을 수 있지만 신축회관은 18층까지도 지을 수 있는 만큼 굉장히 조건이 좋다. 즉, 신축회관 건립 후 10년이 지나면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지 않아도 의사회 운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대의원회와 집행부 동수로 회관신축위원회도 구성했다.

- 회관 신축 이외에 주력할 회무는.

= 회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회원들은 집행부가 찾아가서 손을 잡아주면 반응을 한다. 4만명의 회원을 다 찾아가긴 힘들지만 그 중간에 동창회라는 징검다리가 있다. 의대는 동창회가 상당히 끈끈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현재 39개 의대 동창회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동창회를 일정 부분 지원하는 방안도 찾을 것이다. 동호회 활성화도 계획하고 있다.

재택치료 및 지역의료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다. 현재 찾아오는 환자를 보는 게 아니라 환자를 찾아가는 식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재택치료와 지역의료가 앞으로의 방향이고, 이런 이유로 한의사와 간호사들이 그 영역에 들어오려고 많은 애를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사회는 지역의료연구회를 발족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료에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집행부가 출범했다. 새 의협 집행부에 바라는 점은.

= 16개 시도의사회장들과 소통이 좀 더 원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실질적으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은 16개 시도회장들이다. 이들은 지역 회원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의협 집행부와 회원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러나 의협 부회장단 구성 중 시도의사회장은 나 혼자다. 의협 집행부와 16개 시도회장단 간 거리를 좁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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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인한 의-정 간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 국민에게 묻는 게 나을 것 같다. 설문조사 등에 따르면 국민도 필수의료를 위해 비용을 지불한 의사가 분명히 있다. 필수의료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만 유독 건보 재정 내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이고, 그러다보니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필수의료는 건보 재정이 아닌 세금이나 별도의 정책적 재정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지원금만이라도 확실하게 나오면 일단 필수의료를 살릴 수는 있다. 지역의료 문제는 의료전달체계만 손보면 된다. 의료농단 사태 이후 국민들이 의료전달체계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당장 응급실 이용 행태부터 달라지고 있다. 최근 문체부 고위 직원의 서울아산병원 전원 논란 등 공무원들이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답을 묻고, 국민의 마음을 읽었으면 좋겠다.

법적 측면에선 선한 의도의 의료행위를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모든 정치인들이 의료를 공공재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의료를 공공재답게 보호해달라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도우려다 벌어지는 상황을 정부가 보호해줘야 한다. 형사적으로도 의도에 따라 형벌이 달라진다. 선한 의도라는 의료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법적 형평성에서도 의료행위는 보호받을 수 있다. 이같은 문제들만 해결되면 의대정원 증원 문제도 필요없게 된다. 정부는 전후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 의대정원 증원 저지와 관련한 투쟁 잉여기금이 각 시도의사회로 반환됐다. 활용 계획은.

= 지난 4월 30일 서울시의사회에 배정된 금액이 입금됐다. 비대위는 투쟁기금의 절반은 전공의와 학생들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대원칙을 결정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그 취지에 맞춰 배정금액 중 절반을 전공의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다만, 현재 투쟁기금은 전공의 지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의사회가 배정받은 금액은 모든 사직 전공의들에게 지원하면 1인당 10만원을 나눠주면 끝난다. 전체 전공의에게 지원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정말 어려운 전공의들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논의해 슬기롭게 사용하겠다.

남은 일부 금액은 투쟁을 위해 사용할 텐데, 서울시의사회는 투쟁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띠 두르고 도로에 나가서 소리 지르는 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존중과 신뢰를 받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기존 투쟁이 아닌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결국 홍보다. 어떤 형태로 국민의 가슴을 울린 것인지, 우리가 왜 의사인지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

- 의료공백에 따라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한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의료공백 등으로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은 상황에서 비대면진료 반대 명분이 있을까.

=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를 반대한다는 프레임을 바꿨으면 한다. 사실 반대할 사회적 명분도 없다. 반대해선 안 된다. 단지 현 상황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비대면진료는 환자 본인 확인이 어려운데 이로 인한 행정적 처분에 대해선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 이후 발생하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확실한 보호장치가 없다. 현 제도에서는 비대면진료를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의료계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플랫폼 업체에 의료기관이 종속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문화가 바뀌면서 모드 사회가 카카오에 휘둘리듯, 의료가 플랫폼 업체에 휘둘리고 종속되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전제되지 않으면 비대면진료를 찬성하기 어렵다. 대신 이 문제만 해결되면 의료계도 비대면진료를 적극 권장하고 국민 편의를 위해 함께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의사의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의사회의 역할은.

=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력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풀뿌리 정치가 중요하다. 시도의사회가 각 지역 정치인과 개별 접촉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만 의사들이 의사만을 위한 정당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의사들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다. 우회적으로 의사 노동조합 설립에는 찬성한다. 의사들은 피고용인이 아니라는 법적 문제가 있어 현실적 방법을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노조를 설립하고 이를 통한 정치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선 건강보험 강제지정제가 합헌인데, 강제지정제라는 것은 국가에 의료기관이 종속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이 노조를 만드는 것이 합헌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사회가 나서서 의사 노조와 관련한 헙법소원을 검토하고 시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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