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밸런스히어로
인터넷전문은행, P2P, 해외송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권 지형도를 바꿀 핀테크 스타트업이 다수 탄생했다. 다만 아쉬운 건 수익성. 인터넷은행, 빅테크 계열 스타트업을 제외하면 흑자를 내는 곳이 많지 않다. 그런데 한국도 아니고 인도에서 지난해 매출 845억원, 영업이익 160억원을 낸 토종 스타트업이 있다. 밸런스히어로다. 특히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밸런스히어로의 매출 성장률은 904%에 이른다. 게다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행보 덕에 SBVA(전 소프트뱅크벤처스), 네이버, 본엔젤스, 대성창업투자, 신한캐피탈 등 투자 회사가 몰려 누적 투자 유치액만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회사 측은 “2년 내에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 기존 주주들의 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상장을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창업자 이철원 대표 |
밸런스히어로 어떤 회사
스마트폰 시대 인도서 새 기회 찾아
창업자는 이철원 대표.
2014년 지금의 회사 창업 전에 액세스모바일이라는 회사를 먼저 창업해 운영하고 있었다. 주력 비즈니스는 전화를 걸면 문자를 보내주는 레터링, 스티커 문자, 컬러링 서비스 등. 그런데 스마트폰 등장으로 회사가 어려워졌다. 돌파구를 찾다 인도 시장이 가능성이 있다 보고 인도 시장에 특화해 만든 액세스모바일 사내벤처 회사가 밸런스히어로다.
첫 사업 모델은 지금처럼 맞춤형 대출 핀테크가 아니었다. 인도에는 독특한 통신 요금 문화가 있었다. 선불제 통신 요금이다. 당시 충전 후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 알고 싶으면 매번 특정 번호로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로 확인해야 했다. 밸런스히어로는 2016년 스마트폰으로 잔액이 얼마인지를 편리하게 알려주는 ‘트루밸런스’ 앱을 선보였다. 사명과 서비스명에도 잔액을 의미하는 ‘밸런스’를 넣었다. ‘고객의 잔액을 거짓 없이 관리해주는 금융 플랫폼’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앱을 선보인 지 1년여 만에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면서 투자하겠다는 회사들이 줄을 이었다.
돈은 어떻게 버나
모바일 소액 단기 대출 이자·수수료
밸런스히어로는 사업 초기에는 매출을 만들기보다 고객 빅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인도중앙은행 RBI로부터 전자결제사업자(PPI·Prepaid Payment Instrument) 라이선스를 받아 통신료 충전·결제까지 가능하게 앱 기능을 업그레이드시켰는가 하면 eKYC(Electronic Know Your Customer) 전자본인인증 서비스를 도입해 전자지갑의 잔액과 사용 한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 동의를 받아 앱 정보, 위치 정보, 핸드폰 모델 정보, 소셜 행위 정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금융 거래 내역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본격적인 맞춤형 대출 사업 모델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각 개인별 재무 상황과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소액 단기 대출에 맞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Alternative Credit Score)을 구축했다. 1억명 이상 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얼마나 자주 선불 충전을 하는지, 구매 패턴은 어떤지, 꾸준히 앱을 방문하는지 등을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하고 유형(대안신용점수)을 나눠 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대출 이자와 수수료를 매출로 잡았다.
더불어 현지 다양한 파트너를 구축하고 수익 배분 방식의 사업 모델도 짰다. 2019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일종의 대리점 성격 ‘리셀러’ 제도가 대표적이다. 리셀러는 현금을 받고 선불제 카드를 충전해주는 사업으로 시작해 결제, e커머스, 보험 가입, 기차표 판매, 대출 등 다양한 영역을 대행해준다. 본사는 이들 리셀러에게 고객 획득부터 심사, 추심까지 포괄 대행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추가 수수료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철원 대표는 “애초 앱 가입자였던 현지인들이 주변에 앱 권유를 하면 포인트를 주는 마케팅에 재미를 붙여 추천, 권유해주는 일종의 홍보대사 역할을 해줬다. 이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사업 모델이 되겠다고 해서 ‘리셀러’라는 자격을 부여했다”며 “실제 이들이 중개상 역할을 하면서 본인도 돈을 벌게 되니 더욱 열심히 하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기존에 신용평가를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게 됐고 우려했던 연체율 역시 7%대로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현지 소액 대출 사업자로서는 유일하게 해외 사업자이자 주요 순위권 사업자로 등극할 수 있었다.
인도 소액 대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앱 ‘트루밸런스’, 인도 현지 금융사와 적극 제휴에 나서고 있는 밸런스히어로. (밸런스히어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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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없었나
1년 이상 대출 인가 못 받기도
앱 다운로드 수가 급증하던 초창기만 해도 순항했다. 그러다가 대출 서비스를 시작하려 할 때쯤 위기가 왔다. 인도 정부가 대출 라이선스 인가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2019년으로 예상했지만 인가가 1년 이상 늦게 나오면서 수익 모델의 핵심인 대출 서비스 시작을 제때 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코로나19 영향도 컸다. 인도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악화됐고 정부가 한때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일시적으로 사업이 크게 위축됐다. 애초 2020년이던 흑자 계획이 이 때문에 2년 이상 지연됐다.
이 대표는 “이때 기존 투자자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 상황을 타개했고, 인도팀이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대출 자금을 조달하면서 현재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추가 수익 모델은
중산층 대상 대출 비교, 보험 판매
밸런스히어로는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지속적이고 다양한 수익원 발굴을 해야 한다는 대내외 지적이다. 밸런스히어로는 기본적으로 인도 중산층 대상 금융 사업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취급액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대출 플랫폼 사업을 확장해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대출 비교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며 준비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인도 중산층이 이용하기 시작하면 이를 기반으로 소액 보험, 소액 투자 상품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참고로 인도 중산층 인구만 10억명이 넘는다. 더불어 유사한 시장 환경의 또 다른 동남아 시장 진출도 1~2년 내에 하겠다고 계획 중이다.
약점은 없나
인도 정부 규제, 보안 신경 써야
밸런스히어로 앞에 여러 사업 변수는 자리한다.
아무래도 금융업이다 보니 현지 정부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인도 규제당국이 언제든 규제 카드를 집어들 수 있다는 게 난점이다. 또 더 많은 대출을 하려면 자본 조달이 중요한데 과연 지속적인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모바일 기반인 만큼 고객 데이터에 대한 철저한 보안 시스템 구축도 숙제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매년 2배 이상 성장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크게 늘리고 있다”며 “기존 금융 시스템이 포괄하지 못하는 대다수 금융 소외층을 대상으로 대안신용평가체계를 개발하면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확장에 큰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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