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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감히 빈살만에 저항? 쏴버려"…'네옴시티' 욕망 키운 사우디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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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망명한 전 사우디 장교의 증언
"사우디 '네옴시티' 원주민에 무력 썼다…
퇴거 불응하던 거주민 1명 사망, 47명 구금"

머니투데이

사우디아라비아가 미래형 사막도시 '네옴시티' 건설 부지 확보를 위해 거주민에게 퇴거 명령을 내리고 불응시 무력 사용을 허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모습.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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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미래형 사막 도시 '네옴시티' 건설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거주민에게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퇴거에 불응했던 거주민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고 47명은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망명한 사우디의 전직 장교인 라비 알레네지 대령은 "정부 당국이 네옴시티 내 거주공간인 '더 라인'의 부지 확보를 위해 걸프지역 한 마을에 대한 철거 명령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거주민과 충돌이 있을 경우 치명적인 무력 사용도 허용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가 퇴거에 계속 저항하는 사람은 살해돼 마땅하며 집에 남아 있는 누구에게든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알-쿠라이바에 거주했던 후와이타트 부족을 반란군으로 규정했다고 알레네지 대령은 부연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거대 국책사업으로 사우디 경제를 석유에서 벗어나 다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직선 거주도시 '더 라인'과 바다 위의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이 핵심 건설 프로젝트다. 수십 개의 서방 기업을 비롯해 현대건설 등 한국 기업도 이 도시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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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시티의 주거공간 '더 라인'의 모습이다. /사진= 네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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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6000명 이상이 네옴시티 건설을 위해 이주했다. 다만 영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ALQST는 이주자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BBC가 알-쿠라이바, 샤르마, 가얄 등 철거된 3개 마을의 과거와 현재 위성사진을 비교·분석한 결과 해당지역에선 주택·학교·병원 등이 모두 지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네지 대령 증언에 따르면 당시 퇴거에 불응했던 주민 중 압둘 라힘 알-후와이티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사우디 국가안보부는 성명을 통해 알 후와이티가 사우디 보안군에게 발포했고 보안군은 보복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 인권 단체들과 유엔은 피해자가 퇴거에 저항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했다고 봤다.

퇴거에 저항하다 구금된 거주민 수는 최소 47명에 이르며 이들 중 다수는 테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특히 5명은 사형수로 수감돼 있다고 BBC는 전했다. 사우디 정부와 네옴시티 프로젝트 경영진은 BBC 보도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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