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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바이든 '무기 중단' 경고에…네타냐후 "손톱만으로도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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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 시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홀로 서겠다”며 라파 진격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모든 책임을 이스라엘로 넘기면서 어렵게 진행돼 온 휴전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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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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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손톱만 가지고도 싸운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현지시간) 66초짜리 영상을 공개하고 “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그 어떤 압력이나 국제사회의 결정도 우리를 지키려는 이스라엘을 막지 못한다고 말한다”며 “만약 해야 한다면 우리는 손톱만 가지고도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영상은 지난 4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추념일 연설 중 가운데 일부다. 해당 내용만 편집해 다시 올린 건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라파로 진격하면 무기를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미국 TV 토크쇼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무기 공급 중단 발언에 대해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며 “라파를 포함해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고, 우리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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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6일 예루살렘의 세계 홀로코스트 추모센터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 기념 화환 헌화식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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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이스라엘은 라파 공격을 포함해 계획된 작전을 모두 수행할 만큼의 탄약을 확보하고 있다”며 작전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휴전 협상 또 교착…"극우 파트너 의식"



이스라엘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반발에도 지난 7일 라파 국경 검문소를 탱크로 장악했다. 이후 작전 반경을 넓히는 과정에서 하마스 무장대원 50여명을 비롯, 여성과 어린이 등 최소 12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라파에는 140만명에 달하는 피난민이 몰려 있다. 전면전이 실행될 경우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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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이스라엘군은 라파 검문소를 점령하는 작전을 감행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피난민이 집결해 있는 라파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팔레스타인인 3만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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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지상전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집트에서 진행되던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은 또 중단됐다.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협상단은 빈손으로 현장을 떠났고, 하마스는 ‘공은 이스라엘로 넘어갔다’며 협상 결렬의 책임을 이스라엘로 넘겼다. 하마스는 지난 6일 중재국들이 마련한 휴전안을 수용하기로 한 상태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공격을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극우 연정 파트너를 의식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극우 진영과 연합해 의회 120석 중 64석의 ‘턱걸이 과반’을 통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휴전할 경우 연정에서 탈퇴한다”는 극우 진영의 뜻을 거스를 경우 실각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반면 최근 이스라엘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56%가 휴전에 찬성했고, 라파 작전도 52%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서도 비판…백악관 "손 뗀 것 아니다"



백악관은 라파 진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대규모 지상전 외에 하마스를 격퇴할 방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기내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협력해 하마스를 영구적으로 격퇴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전략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며 “대통령은 라파를 박살내는 것으로는 그 목적(하마스 영구 격퇴)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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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라파 진격 가능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가자지구에 집결한 피난민들이 또다시 피란길에 나서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15만명 이상이 이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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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스라엘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겠지만 특정 장소, 특정 작전에 필요한 특정한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라 라파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일각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 중단 발언을 ‘양국 관계의 분기점’이라고 해석하는 것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라파 진격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런 입장은 대선을 앞둔 국내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70% 이상을 기록하는 가운데 라파 공격에 대한 지원 중단을 선언했는데, 이제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친이스라엘계 의원들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 논란 속 또…코넬대 총장 사퇴



미국 대학가에서 반전 시위도 확산하는 가운데 코넬대 마사 폴락 총장은 이날 “다음달 30일자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책무는 여전히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여기엔 우리가 불쾌감을 준다고 여겨질 수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자유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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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지난달 24일 오스틴의 텍사스대 캠퍼스에서 시위 중인 학생을 경찰들이 끌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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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으로 반유대주의 논란과 대학가의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에 이은 세번째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의 사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가의 시위를 사실상 ‘불법 폭력’으로 규정했고, 이후 대대적인 공권력 투입을 통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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