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중요한 절차다. 총선, 대선부터 주주총회, 아파트 조합원 총회, 학교 학생회 선거까지 국내 정치, 사회, 경제 대부분 분야에서 선거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단점이 명확하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비효율, 개표 조작 논란 등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플랫폼 기업 ‘스웬’이다.
매일경제 사내벤처로 출발
공간 비즈니스에서 투표로 범위 늘려
스웬은 전범주 대표가 2022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매일경제신문 1호 사내벤처로 시작, 2023년 분사했다. 창업 당시에는 ‘오픈 처치(열린 교회) 플랫폼’을 목표로 내세웠다. 교회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나왔다.
한국 교회는 편의점보다도 많다. 도심 곳곳에 십자가가 눈에 띄는 이유다. 특히 대형 교회들은 대부분 도심 한가운데 금싸라기땅에 위치한다. 하지만 대부분 교회는 주일과 새벽 시간을 제외하고는 텅텅 비어 있다. 일주일 중 닷새는 땅을 놀리는 셈이다. 쓰지도 못하고 놀고 있는 공간을 이웃과 제대로 공유하자는 발상에서 스웬은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주차장, 보육시설 등 공공 수요가 많은 분야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는 주차장이었다. 주차난에 시달리던 소비자로부터 열띤 호응이 쏟아졌다.
공간 공유 사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신사업의 기회가 찾아왔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위메이드와 함께 ‘블록체인 선거’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국내 교회는 각 지역 노회마다 자주 투표를 진행한다. 문제는 선거 때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 스웬은 그간 쌓아온 교회 네트워크와 신뢰도를 활용, 교계에 블록체인 선거를 도입하는 데 매진했다. 보수적인 교계에서 기적처럼 블록체인 선거가 받아들여졌지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대한예수교장로회 부산노회 선거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서버가 다운되면서 투표가 도중에 중단됐다. 첫 사업부터 시작이 꼬였으니, 당연히 추가 수주는 들어오지 않았다. 사업을 포기해야 하나 하던 찰나, 같은 종단 소속 서울강남노회에서 연락이 왔다. 스웬이 사즉생 각오로 설득해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어냈다.
그리고 올해 초, 개신교계 사립대학인 한동대 학생회와도 도입이 확정됐다. 3월 한동대, 4월 서울강남노회로 이어지는 강행군이 시작된 것. 한동대는 2800명의 학생들이 13건의 선거에 참여해 총 8224건의 블록체인 투표를 진행하면서, 멈춰 있던 학생 자치기구를 완결지었다.
4월 9일, 기독교계의 관심이 집중된 서울강남노회에서도 250명의 목사와 장로가 현장에 참여해 무사히 총대선출 선거를 마쳤다.
전 대표는 “스무 살 대학 새내기들이 참여한 대학 총학선거부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장로교단의 교회 지도자 선거까지 블록체인 투표를 깔끔하게 마쳤다. 신원인증, 부정투표, 비밀보장, 현장인증 등 기존에 우려됐던 문제도 말끔히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역 노회를 넘어서, 1500명 이상 유권자가 몰리는 전국 장로교 총회선거에서도 블록체인 투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스웬이 ‘블록체인 선거’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화제를 모은다. 사진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강남노회 총회총대 선거에서 블록체인 투표를 활용하는 모습. (스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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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자치회 등 범위 넓힐 것
플랫폼 기업으로서 입지 다진다
스웬의 다음 목표는 2가지다. 선거 서비스 범위 확대, 그리고 교회 플랫폼 사업 확장이다.
선거 서비스는 교회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웬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회에서는 대다수 의사 결정이 투표로 이뤄지고 있다. 재활용 수거일 변경도 선거로 결정된다. 전자투표를 일부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이런 곳들이 블록체인 투표를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초기 사업인 ‘교회 플랫폼’ 사업도 계속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평일에는 이웃에 공간을 공유하고, 주일에는 예배 용도로 쓸 수 있는 교회 인프라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범주 대표는 “비효율적인 건물 활용 관행을 없애고, 주변 이웃과 함께하는 ‘열린 교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 임현철 대한예수교장로회 강남노회장
블록체인 투표 대만족…사회 곳곳 반향 일으킬 것
임현철 대한예수교장로회 강남노회장은 전자투표의 ‘선구자’로 불린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사용된 전자투표 시스템을 만든 이가 바로 임 노회장이다. 현재도 IT 업체 대표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임 노회장에게 블록체인 투표를 도입한 이유 그리고 소감을 직접 물어봤다.블록체인 투표 대만족…사회 곳곳 반향 일으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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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블록체인 투표를 도입한 이유가 무엇인가.
A. 종교계는 특성상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각종 제도나 시설 부분에서 교회가 사회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 사회와의 격차를 줄이고, 좀 더 신선한 교회로 거듭날 방안을 고민하던 차에, 블록체인 투표를 접했다. 구태의연한 투표 방법보다는 깔끔하고 빠르게 진행하는 방법을 시도하자는 생각에 도입했다. 과거 전자투표 시스템을 만들어본 경험 덕분에 어느 정도 신뢰가 있었다.
Q. 후기가 궁금하다.
A. 효율성이 매우 좋다. 기존 투표는 용지를 다 나눠주고, 수거한 뒤 다시 계산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투표 전후에 드는 수고가 너무 많다. 블록체인 투표는 번잡한 과정이 없다.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면 투표가 끝이고, 결과도 실시간 집계가 된다. 시간과 비용 절약 측면에서 상당히 도움이 됐다.
Q. 과거 전자투표 시스템과 비교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A. 비교가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PC로 진행했다. 전자투표라도 제약이 많았다. 제한된 장소에서 특정 장비를 써야만 했다. 이번 선거는 개인이 휴대한 스마트폰을 사용해 자유롭게 진행했다. 블록체인 시스템 덕분에 해킹에 대한 우려도 대폭 줄었다.
Q. 블록체인 투표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A. 선거나 투표가 필요한 분야 어디든 빠르게 정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느 곳에 있든지 시간이나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고 투표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사회적으로 굉장히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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