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193곳 폐교…학생 수 급감에 통폐합 바람 더욱 거세
곳곳서 눈물겨운 학교 살리기 노력…'쏟아지는 폐교' 활용도 고민
학령인구 감소(PG) |
(전국종합=연합뉴스) 인구 절벽에 학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농산어촌에 국한됐던 통폐합은 이제 도시로도 급격히 번지고 있다.
학생 수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속도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고, 보통 2개 학교를 묶던 것에서 이제는 3∼4개를 통폐합할 정도로 규모로 커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교의 폐교와 통폐합을 막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필연적으로 쏟아져나올 수밖에 없는 폐교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 "학교 통폐합 무풍지대가 없다"
지난 9일 찾은 경북 청도군 각남면의 각남초등학교는 오후 4시를 갓 넘긴 시간인데도 적막감이 감돌았다.
학생 수가 16명밖에 안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풍경이다.
40년 넘게 운영되던 교내의 병설 유치원마저 지난해 문을 닫으면서 학교는 더욱 썰렁해졌다.
함께 놀 친구가 없으니 운동장은 주말에도 내내 텅 비어있기 일쑤다.
국토 최남단인 제주도 마라도에 있는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는 8년이 넘도록 휴교 상태다.
입학생이 그동안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폐교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가파도의 가파초등학교는 재학생이 고작 6명뿐이어서 언제 문을 닫을지 학생과 학부모 모두 불안하기만 하다.
폐교는 서울과 부산, 인천 등 대도시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부산의 초·중·고 18곳이 문을 닫았고 울산 5개, 대구 4개의 학교가 사라졌다.
서울과 인천에서도 3곳씩이나 된다.
전국적으로는 이 기간에 193곳의 초·중·고교가 폐교됐다.
◇ 갈수록 거세지는 통폐합 바람
지난 달 말 전북 부안군에서는 하서초등학교 개교식이 열렸다.
학교가 문을 열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 없다.
개교식이었지만 새로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근의 백련초, 장신초와 통합해 문을 연 것이다.
3개 학교를 합했는데도 학생 수는 31명에 불과하다.
전북에서 3개 초등학교가 합해진 것은 처음이었다.
하서초 개교식 |
남원에서는 4개 중학교가 하나로 통폐합되고 있다.
4개 면에 걸쳐 하나씩 있는 학교를 하나로 통폐합하는 것인데, 도내에서 역대 가장 큰 규모다.
학생 수가 급감하다 보니 1∼2개를 통폐합해서는 적정 규모를 확보할 수 없는 데 따른 고육책이다.
저출생 여파로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통폐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강원 지역의 초·중·고 학생 수는 최근 1년 사이 2.25% 감소했다.
초등학생 수는 더 큰 폭으로 떨어져 내년에는 2.7% 줄어들지만, 그 이후부터는 누적 감소율이 연차적으로 7∼19.4%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전북의 중학교 학령인구(만 12∼14세) 총수도 앞으로 10년 동안 4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초등학교는 더 심각해 앞으로 4년 동안의 학령인구 감소 폭이 중학생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전북지역 소규모 학교는 올해 40.4%인 312곳에서 2028년 353곳(46.5%)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생이 9명 이하인 초미니 학교는 33곳(4.3%)에서 61곳(8.0%)으로 배 가까이 늘어난다.
신생아실 |
◇ "폐교 막자" 눈물겨운 노력
폐교는 지역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자치단체들이 학교 살리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강원도 고성군 거진고등학교는 3년 전만 해도 신입생 수가 3명에 불과했다.
폐교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학교는 학생 수요를 바탕으로 드론, 그래픽디자인, 게임 개발, 3D 프린터 등 다채로운 교육과정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야간학습 종료 후 택시 귀가 지원, 실내 캠핑장 설치 등 학생 복지를 대폭 강화했고 동문회와 지역의 각급 단체까지 다각적인 지원활동에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거진고는 14년 만에 신입생 충원율 105%를 달성했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태백기계공고도 학교를 근본부터 바꾸는 재구조화 작업을 하고 교명까지 한국항공고로 바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전국의 중학생이 찾아오는 '미래항공의 요람'으로 환골탈태했다.
농촌에 유학 온 서울 학생들 |
도시 유학생을 유치하는 노력도 눈물겹다.
전북, 전남, 강원 등의 교육청과 일선 자치단체는 농촌 유학을 오는 도시 학생과 부모가 함께 살 주택을 제공하고 기숙사 형태의 유학센터도 운영한다.
매월 50만원 안팎의 체재비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이를 통해 전북은 올해 1학기에 작년의 84명보다 50%가량 증가한 126명의 도시 유학생을 유치했고, 강원은 지난해 33명보다 4배 이상 늘어난 140명을 확보했다.
◇ 미술관으로, 독서캠핑장으로…폐교의 변신
하지만 폐교는 피할 수 없는 또 다른 현실이다.
전국적으로 이미 문을 닫은 학교만 1천곳을 훌쩍 넘는다.
폐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각 교육청의 숙제가 된 지 오래다.
경기도 파주의 한 폐교 |
많은 학교가 교육 관련 시설로 재탄생하는 가운데 주민을 위한 생활문화 공간, 가족이 힐링하는 여가 공간 등으로 쓰임새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마산과 김해의 폐교를 독서·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시설로 쓰고 있다.
밀양 영화고와 고성 음악고는 폐교를 대안학교로 만든 사례다.
경기도 파주시는 폐교된 법원초를 주민과 학생, 예술인들을 위한 휴게 및 창작 공간, 전시관으로 꾸몄다.
인근의 폐교인 금곡초등학교는 독서와 캠핑, 자연을 연계한 독서캠핑장으로 바꿨다.
경남 원평초교 지도분교장은 지역 특산물 홍보·판매 시설로 쓰이고 있고, 전북 순창의 한 폐교는 한때 경찰서로 변신하기도 했다.
순창경찰서 임시 청사로 변신한 폐교 |
하지만 아직 활용처를 찾지 못한 폐교도 작년 9월 기준으로 358곳이나 된다.
전체 1천335개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장기간 방치된 폐교는 지역 미관을 해치고 우범지대화하면서 주민 민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교육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폐교 문제는 저출생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당분간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학교를 살리려는 다각적인 노력과 병행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폐교를 활용한 지역공동체 살리기 방안이 폭넓게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김동민 노승혁 김소연 김상연 김용민 김선형 양지웅 전지혜 최종호 형민우 백도인 기자)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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